[금요칼럼]침묵의 세대여, 투표는 하십니까?
[금요칼럼]침묵의 세대여, 투표는 하십니까?
  •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
  • 승인 2011.11.25 14:52
  • 호수 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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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900여명이 조금 넘는 미국 몬타나 주(州)의 필립스버그에는 미국 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보트 스마트’(Vote smart) 본부가 위치하고 있다. 이들은 6개 분야로 나눠 미국 정치인을 감시하며 활동 사항을 국민들에게 알린다. 정치인의 신상배경, 관련 정책, 의안 투표 기록, 의회 내 평가, 연설 및 평소의 정책 발언 등을 토대로 한다. 그리고 그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유권자들이 투표하도록 교육, 홍보한다.

대한은퇴자협회(KARP)도 보트 스마트 본부와 필요한 자료를 얻고 자문을 구한다. 그중 하나가 선거참여 가두 캠페인이다. 지난 10월 서울시장 선거 때도 은퇴자협회 권익선봉단원들이 시내 중심부에서 투표독려 참여 캠페인을 벌였다.

투표참여 가두 캠페인의 메인 슬로건은 ‘정치가 따로 없다, 투표가 바로 정치’였다. 당신이 던지는 그 한 표가 바로 정치행위에 해당되며, 그 한 표가 모여 대통령도 뽑고 국회의원, 시장, 구청장을 뽑는다는 얘기다. 매년 있는 행사도 아니고 4~5년에 한번 있는 유권자의 권리 행사니 그 중요성을 더 강조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총선과 대선에 투표할 수 있는 총유권자는 대략 3900만명에 이른다. 역대 전국 선거 참여 투표자를 보면 평균 2100만명을 오르내린다. 대통령 당락을 결정하는 유권자 득표 수가 30%을 좀 넘는 1200만명 수준이니 투표참여의 중요성이 또 다시 강조된다.

고령화가 무섭게 진행되는 우리사회지만 장노년층 인구는 아직 젊은 층에 밀리고 있다. 통계청인구 조사를 살펴보면 50대 이상 전체 인구가 20~30대에 약 60만명 가량 적다.

인구에 밀리고, 정보에 밀리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밀리고, 또 나이는 먹었지만 많은 40대들의 생각이 20~30대에 멈춰있다 보니 현실에서도 밀린다. 그런데다가 우리사회의 나이든 세대는 ‘침묵의 세대’다.

‘당신은 투표하십니까?’는 필자가 20여년 살았던 미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야 하는 한국인들의 생존을 위해, 한인들의 선거참여를 독려하던 구호였다. 이젠 그 구호가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미래 사회를 위해 적극적인 권리행사로 이를 반영 할 것인가’하는 내 조국의 과제가 되고 있다.

침묵하는 다수가 팬터마임이라도(침묵은 하더라도 선거 날 투표)하지 않으면 장노년층의 존재와 관련 정책은 점점 정치인들의 마음에서 멀어진다. 장노년층 유권자의 존재가 무섭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본 우리사회는 한 지붕 아래 전혀 다른 두 세대가 사는 그런 한국사회가 돼 있다. 부모세대와 아들세대 간 큰 벽이 드리워져 있다. SNS상에서 오가는 ‘가스통 할배’ ‘탐욕의 노친네들’ ‘꼴통 보수’ 등 막말을 뱉어내는 독한 표현에서 현기증 나는 사회현실에 비애를 갖게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들과 진정한 대화나 가슴에 품고 보듬으려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극적인 단편적 단어로 이들을 선동하는 재빠른 정치인들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그물을 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아들 딸들은 현명하다. 대학을 나와도 오갈 데 없는 현실에 통분했고, 보이지 않는 미래에 다른 선택을 택한 것뿐이다. 세대 간 생각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세대갈등은 아니다. 정치권의 실정에 그들이 공분했고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가 또 다른 큰 선거로 넘어가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시간을 갖고 이들과 어울려 소통해 나이가 들면 ‘꼴통 보수’일 것이라는 사회통념을 깨는 기회를 만들어, 모든 세대가 같이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스며들게 해 나가야 한다.
또 정치권에는 ‘늙은이들은 무조건 다 우리 표일 것’이라는 낡은 사회통념에 찬물을 끼얹질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노련한 경륜과 경험으로 미래를 얘기하고 당면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현실을 직시해 표로 돌출하는 어르신들이 돼야 할 것이다.

이제 인구적 숫자 게임은 곧 역전된다. 20·30대가 40대로, 40대가 50대로 편입되는 수가 매년 20만여명이다. 60만명의 인구격차는 3년이면 역전한다. 완연한 ‘노년공화국’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인구가 증가한다고 투표참여가 느는 것은 아니다. 선거참여라는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우리보다 진보한 미국사회도 장노년층을 ‘침묵의 세대’(Silent Generation)라 부른다.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은퇴자협회도 ‘집합적 한 목소리’를 표어로 내 걸고 회원들의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침묵은 금’이라고 배운 한국의 장노년층은 오죽할까. 침묵은 하더라도 투표는 해야 한다. 차라리 조용한 봉기가 더 무섭게 우리 사회를 바꿔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선거 날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투표에 나서는 ‘어르신’이 돼야 할 것이다. 그것은 ‘정치가 따로 없다, 투표가 바로 정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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