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생 인권법, 장기적 대안 마련해야
[기고]학생 인권법, 장기적 대안 마련해야
  • 김학열
  • 승인 2011.11.25 14:58
  • 호수 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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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열 인천 서구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다룬 언론보도를 접할 때면 가슴이 답답하다. 특히 무너진 교권을 보고 있노라면 서글퍼서 울고 싶을 때도 있다. 학생과 선생님이 교실에서 머리카락을 붙들고 싸우는가 하면, 담배를 뺏고 훈계하는 학교 교감선생님을 두들겨 패는 중학생까지 생겨났다.

수업시간에 여선생님을 희롱하는가 하면, 선생님 앞에서 못된 짓 저지르며 ‘처벌금지법’을 내세워 오히려 선생님을 협박하는 사건도 비일비재하단다.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학생인권법’이 철없는 아이들을 송아지처럼 이리저리 날뛰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학생 인권이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어느 시대 어느 정권도 법으로 정한 학생인권의 도말을 시도했다거나 학생인권을 유린한 역사가 없다.

서울시의 ‘학생인권 조례안 초안’은 “‘대한민국 헌법’ ‘교육기본법 제12조 및 제13조’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 4’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근거해 학생의 인권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첫장 총칙 제1조에 적힌 학생인권 보호 기본법의 강도가 낮아서 지금까지 학생인권을 지키지 못했는가. 그것은 분명히 아니다. 학생의 본분을 다하며 성실히 생활하는 학생들에게는 법안이 마련한 규제는 필요치 않다.

또한 ‘제2절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제8조에서는 △학생은 따돌림, 집단 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따돌림, 집단 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형태의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처벌금지 조례안이 진행된 후 폭력 및 위험한 상황들이 교사들의 눈앞에서 벌어진들 그들에게 무슨 방책이 있겠는가. 솔직히 학생한테 매 맞기 싫으면 슬며시 피해가야 할 판이다. 물론 이 조례의 발상은 불필요한 처벌을 금지함으로써 교사와 학생의 인격적 교육을 실현하겠다는데 목표가 있다. 하지만 천진한 어린 학생들을 이유 없이 때리고, 처벌하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 오히려 학생들에게만 인권이 있고, 선생님들에게는 인권이 없는지 되묻고 싶다.

필자도 인성교육 교사로 중고등학교를 자주 방문한다. 확실히 과거에 비해 선생님들이 갖는 권위의식은 바닥에 떨어진 느낌이다. 서구화된 교육시스템보다, 교육인프라의 놀라운 발전보다 안타까운 교육현장의 목소리가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서 인성교육 후미에는 학생인권조례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주지시킨다.

바다의 물고기는 바다 안에 있을 때 권리를 누린다. 산바람이 좋다고 햇살이 좋다고 물고기가 산으로 뛰쳐나왔다면 권리는커녕 살수가 있겠는가. 학생은 학교란 바다 안에서 사는 물고기다. 학생의 신분에 맞게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이 바로 학생인권인 것이다.

체벌금지 법안에 따라 지금 현재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단순한 과도기적 모습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이대로 더 두고 봐서는 안 된다. 교육에는 연습게임이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교육환경으로 인해 많은 청소년들이 영향을 받고, 나아가 국가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리저리 날뛰는 철없는 송아지에게 고삐마저 풀어 줬으니 이제는 야성이 이글거리는 맹수가 될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마구 무너지고 있다. 흡연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여성들의 흡연까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모두 학교교육의 붕괴가 나은 현상이다. 또 혼전임신과 낙태문제, 학교폭력까지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지금 길을 잃었다. 청소년을 올바른 길로 이끌지 못한 책임은 선생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선생님들이 힘을 잃게 만든 위정자들의 책임이 크다. 그리고 이를 방치한 학부모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제는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학생인권 회복방안이 필요하다. 단시일 내 환심을 사기 위한 단편 소설이 아니라, 100년 200년 길이 남을 교육 장편소설을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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