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안타까운 살신성인
소방관의 안타까운 살신성인
  • 관리자
  • 승인 2006.11.24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에 개봉됐던 우리 영화 ‘새드무비’가 최근 일본에서 개봉돼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11월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일본 박스오피스 순위로 6위란다.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대박이 난 영화 ‘괴물’이나 ‘웰컴투 동막골’이 9위 정도를 했으니 상당한 성공이다.


‘새드무비’는 제목 그대로 슬픈 영화다. 소방관의 죽음 등 슬픈 이야기를 옴니버스형식으로 꾸몄다. 흔한 재난영화와는 달리 소방관 이야기는 3개의 에피소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짧은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영화 속 소방관(정우성)의 이미지는 그 비중 이상으로 무겁고 강렬하다. 소방관의 아름다운 사랑과 생의 마지막 며칠이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떤가. 국가의 헌법재판소 소장을 놓고 괜찮다, 안 된다 하며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가 하면, 어느 시절 모르는 공무원은 직무상 정보를 이용하여 땅투기를 하고 횡재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부동산문제, 노인복지문제 등으로 암흑 같다.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 43%가 더 불행해졌다고 생각하고, 한 일간신문은 우리나라 50대가 장래 어떻게 될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때에, 저 슬픈 영화 ‘새드무비’에서와 같이 의롭게 죽은 소방관 이야기가 가슴을 적시고 있다. 온 방송, 신문이 전하는 대로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더 안타까운 일이다. 부산 금정소방서 서병길 소방장. 소방서 내에서 부소장을 맡고 있던 그는 출동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응급처치, 인명구조의 달인으로서의 소임을 피하지 않았다. 가스 폭발로 건물이 붕괴되고 있다는 신고를 접하고 출동하여 영화에서처럼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고, 무너져 내리는 건물 입구에서 화상을 입은 부상자를 구출했다.

 

그러고 정말로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영화처럼 곧 무너져 내릴 것이 뻔한 건물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너무 위험해서 들어갈 수 없다는 한마디면 그는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는 또 한번, 영화의 클라이막스처럼 불길 속에 들어가 또 한명을 구해냈다. 그러고도 살릴 사람이 또 있는지 살피다가 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희생됐다.

 

보도에 의하면 그는 부산 지역에서 일어난 굵직굵직한 화재현장에는 어김없이 출동했다. 2만여회 출동하여 그가 구해내고 대피시킨 사람이 무려 1천여명, 구급대원으로 활동하면서는 2천여명의 응급환자를 보살펴 위급한 상황을 넘기게 했다고도 한다. 더욱 영화같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올해 57세로 정년을 1달 남겨놓고 순직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런 희생이 있기에 곧 망할 것 같은 세상이 망하지 않고 작동한다. 참으로 고맙고 의로운 영혼을 떠나보낸다. 어린아이들이 불자동차 장난감을 갖고 놀고, 이 다음에 커서 소방관이 되겠다는 꿈을 꾸는 것은 그래서 이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