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100세 시대, 가족·건강은 ‘선택’ 아닌 ‘필수’
역동적 100세 시대, 가족·건강은 ‘선택’ 아닌 ‘필수’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12.23 16:00
  • 호수 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관계 변화대응·국가적 건강관리체계·제2의 경력관리 도입해야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았다. ‘80세 시대’에 머물고 있는 사회체계를 ‘100세 시대’에 맞게 새로이 구축해야 할 때다. 정부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정부는 12월 8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11개 부처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주축으로 ‘역동적인 100세 사회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범정부 차원의 ‘100세 시대 종합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됐던 연구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자리로,‘10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세부 분야별 정책방향 및 과제, 대응방안 등을 모색했다. 컨퍼런스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지역 및 여가·문화 △가족 및 건강 △산업 및 경제 △고용 및 교육 등 4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백세시대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내용 가운데 △지역 및 여가·문화(제299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가족 및 건강에 대해 정리한다.

 

▲ 가족구조의 변화에 따라 100세 시대에는 남성 은퇴자의 은퇴 후 가사적응 훈련 프로그램은 물론 노년기 부부관계 갈등예방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연합
▲“가족과 오래 사는 100세 시대 대비”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노인부부 또는 노인 단독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자녀와의 동거를 거부하는 노년층이 늘어나는 한편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된 현상이다. 문제는 그 내면에 노인의 소외와 고립을 부추기는 사회적 역기능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가족구조의 변화에 따라 100세 시대에는 가족관계 증진 프로그램과 노인돌봄정책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애주기에 적합한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최인희 연구위원은 “100세 시대 가족변화의 특징 중 하나는 성인자녀와의 동거기간이 길어지고, 자녀 독립 이후 노인부부끼리 생활하는 기간도 장기화된다는 점”을 꼽았다. 평균수명 증가로 인해 은퇴 후 가족생활이 연장되고 초혼 연령이 높아져 부모와 동거하는 성인들이 늘어나 다양한 세대가 공존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가족구조에서는 지금까지 가사와 자녀양육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남성이 은퇴 이후 가족 안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른바 ‘은퇴증후군’을 경험하면서 노년기 부부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인희 연구위원이 “남성의 은퇴 후 가사적응 훈련 프로그램과 노년기 부부관계 갈등예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언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남성 은퇴자의 지역사회 참여 확산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노년기에도 생산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양면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최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최 연구위원은 경제활동과 자녀양육에서 벗어난 노년층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자녀돌봄 품앗이 및 공동육아를 통해 이웃공동체를 복원하고 지역사회 어르신 돌봄 공동체를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또, 노후에 아픈 배우자를 혼자 돌보거나 성인 자녀를 대신해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노년층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그들의 어려움과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마련하자고 했다.

특히 배우자를 돌보는 남성 노인을 대상으로 가사 및 간병 등에 필요한 돌봄기술을 교육하고,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는 노인 돌보기 프로그램을 실시해 부담을 경감시기자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노년기에 건강을 유지하고 가족 돌봄으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자기관리’(self-care) 개념을 도입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방적 건강관리 체계 구축 시급”
인구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유병률 상승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예방적 건강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남순 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경우 노인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의료비 비중은 보건의료재정의 장기 지속성을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올해 상반기 건강보험 적용대상 노인인구 비중이 전체의 10.3%였고,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7조2697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32.2%를 차지했다.

김남순 연구위원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예방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는 뚜렷하지만 예방적 건강관리체계의 실행 계획은 아직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노인 의료비 비중이 높은 만큼 국가적 차원의 건강관리체계를 하루빨리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순 연구위원은 이날 미국·일본·호주 사례를 들며 예방적 건강관리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건강생활 실천에 초점을 두고 있는 호주의 방식을 벤치마킹모델로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전 국민에게 제공되는 건강검진서비스를 기본으로 삼고 여기에 호주의 ‘SNAP’와 같은 필수 예방 서비스를 접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호주의 ‘SNAP’는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 중심으로 실행되는 흡연, 영양, 알코올, 신체활동 관리 프로그램으로, 동네 주치의와 비슷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는 예방적 건강관리체계의 모델로 “건강생활 실천에 대한 상담 및 교육과 치료 영역이 통합서비스로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또, 내년 시행을 앞둔 선택의원제의 만성질환관리 서비스에 건강 ‘주의’군에 대한 평가와 상담 서비스가 추가되면 이론적으로는 지금보다 확장된 만성질환관리모형을 만들 수 있는 게 그의 판단이다.
공공의료 서비스기관의 활용 방안도 내놨다.

김남순 연구위원은 “보건소나 보건지소의 건강증진센터는 건강보험공단 및 공공병원 등과 협력해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건보공단과 공공병원도 영양 혹은 운동프로그램 등 특화된 예방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공공기관만으로는 예방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만큼 예방서비스 제공 주체를 다양화할 필요성도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건강관리서비스를 잘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령자 특성·장점 살린 일자리 중요”
은퇴 후 고령자의 사회참여 활성화 방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히 일과 자원봉사, 여가활동에 있어 실질적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소정 부연구위원은 “생산성에 가장 큰 가치를 두는 후기산업사회에서 고령자는 부차적 인력으로 치부된다”며 “그러나 100세 시대에도 평균 퇴직연령이 55세로 유지되면 무려 45년의 ‘부차적 생애’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100세 시대에는 퇴직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 중간이 된다”며 “고령 인적자원의 사회적 활용을 고려, 사회와 노인 개인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령자의 사회참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부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 노인의 근로활동 참가율은 30% 안팎이지만 미취업 노인의 30% 이상은 일할 의지가 있다는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노인의 사회참여 기회 부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100세 시대에 대비해 고령자 사회참여의 개념과 목표를 재설정하고, 노년기를 은퇴 후에 따라오는 ‘부차적인 생애’가 아닌 ‘자아실현’의 기회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우선 100세 생애 주기를 고려해 최소한 60∼65세까지는 은퇴하지 않고 노동시장에 머물 수 있는 제도적·사회적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은퇴시기를 늦추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고령자 사회참여는 ‘제2의 경력(캐리어)’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제2의 경력이란 관점에서 고령자 사회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노인일자리사업의 재편 및 체계화 △고령자 적합형 일자리 개발 △고령자 사회참여 전문 인프라 구축 △노년기 1인 1여가 활성화 프로그램 도입 △노인여가문화 인프라 선진화 방안 △자발적·공동체적 여가문화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이소정 부연구위원은 “100세 시대로의 진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을 고려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고령자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일자리 아이템 발굴 및 확산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기존 노인일자리가 공익성을 고려한 아이템이었다면 앞으로는 고령자의 특성과 장점을 고려한 수요 발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