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눈물겨운 경로당 운영, 새해에는 달라질까
[기고]눈물겨운 경로당 운영, 새해에는 달라질까
  • 관리자
  • 승인 2011.12.30 13:22
  • 호수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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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상 충북 청원군 남일면


올해는 복지에 대한 논쟁으로 온 나라 안이 시끄러웠던 일이 유독 많았다. 학교 무상급식을 비롯해 대학등록금 반값인하 논쟁 등이 그 주된 대상이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노인무임승차까지 최근 거론되는 복지 관련 뉴스가 연일 핫이슈로 매스컴을 달궜다.

경로당에선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TV를 보면서 점심을 함께 나누며 사회, 경제, 복지, 문화에 대해 서슴없이 대화를 나눈다. 몇몇 어르신들은 둘러앉아 화투를 치면서도 고령화 문제를 심도 있게 논한다. 경로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최근 경로당 운영 책임자인 노인회장과 이야기를 나눈 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11월분 전기요금 고지서를 꺼내 보여주는 경로당 회장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고지서에는 심야전기요금 9만여원과 일반전기요금이 4만여원이 적혀 있었다. 게다가 난시청지역이어서 유선방송시청료 8800원이 더해 총 14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경로당 공공요금은 국가로부터 면제 받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지급되는 지원금은 분기별로 18만원이다. 계절마다 사용요금이 조금씩 달라진다 하더라도 식사 및 운영비까지 합산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고령 노인들의 쉼터이자 생활공간인 경로당에서 전기료 아낀다고 난방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운영진들은 속만 태우는 상황이라는 것.

더 눈물겨웠던 사실은 이렇게 모자란 금액을 채우느라 노인들의 푼돈 모으는 화투놀이를 계속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려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단돈 몇 푼이라도 재정에 보태려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경로당 회장은 지원금을 아끼고 아껴 어쩌다 푼돈이라도 남기면, 그날이 경로당 삼겹살을 먹는 날이라고 한다. 그것도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라고.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지역별로 차등이 있는 경로당 지원금이었다. 어려운 시골동네일수록 지자체의 사정도 어려워 넉넉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복지혜택을 덜 받는 농촌지역 경로당에 지원금을 더 주는 것이 마땅하지만 오히려 도시지역에서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일반 기업이나 독지가들의 후원도 있다고 들었지만 늙은이들만 사는 농촌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다. 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게 지원금을 주지 않는 한 지금의 어려운 사정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지금의 어르신들은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전쟁세대’다. 지금은 보편화된 연금혜택도 없고, 보유자산도 없다. 젊어서 허리가 휘도록 일하며 자녀들의 뒷바라지 하느라 논밭까지 팔았지만 지금은 홀로 농촌에 남아 농사짓는 노인들이다. 그들이 가진 돈이라고 해봐야 도시에 나가 있는 자녀들이 가끔 주는 용돈과 농사 지어 번 품삯 정도이기 때문에 경로당 운영은 날이 갈수록 눈물겹기만 하다. 게다가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지 않은가.

이유 없는 노인 공경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 정부가 수많은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경로당은 기본 생활지원금이 없어 허덕이는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다.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 매번 그렇듯 많이 정치인들이 노인들을 부모처럼 섬기겠다면서 다양한 공약들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당선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 경로당 사정은 나아진 게 없이 그대로다. 정부차원의 고령화 대책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노인들에게는 피부로 와 닿지 않는 먼 이야기들뿐이다. 젊은이들이 떠난 농어촌 지역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더 다양한 정책 수혜가 있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60년 만에 한번 찾아온다는 흑룡의 해를 맞아, 올해는 돈 걱정 없이 노인들이 생활할 수 있는 넉넉한 경로당의 모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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