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간의 의미
[기고]시간의 의미
  • 관리자
  • 승인 2011.12.30 13:22
  • 호수 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명원 경기 용인

오래 전 서울 강남의 코엑스 전시장에 구경 갔다가 벽시계를 사왔다. 은색 벽시계다. 예쁘고 작은 벽시계는 두 개의 작은 봉이 길게 늘여져 있고, 그 사이로 왔다 갔다 하는 추가 그네를 타듯 보기 좋았다. 집사람이 사고 싶어 하기에 종업원에게 보자 했더니 새 제품을 박스에서 꺼내 보인다. 구입해 집 거실에 걸어 놓았다.

우리 집에 온 사람들은 작고 예쁜 벽시계를 보고 찬사를 한다. 그런데 이 벽시계가 시간도 안 맞고 가끔 서기도 한다. 배터리 탓이려니 하고 갈아 끼워도 마찬가지다. 시계는 시간이 생명이다. 시간이 맞지 않는 시계를 거실에 걸어둘 수는 없었다. 버리기는 아까워 자주 이용하지 않는 작은 방에 걸어 놓았다. 시간이 맞든 안 맞든 바늘이 멈추든 개의치 않고.

몇 년이 지난 후, 멎은 시계가 보기에 좋지 않아 올 봄에 배터리를 넣어 주었다. 그리고 시간도 맞춰 주었다. 며칠이 지나도 시간이 잘 돌아간다. 그리고 시간이 정확하다. 이상한 일이다. 코엑스에서 사온 지 7, 8년이 지났고 그동안 버려둔 시계다. 그런데 잘 돌아간다. 배터리 종류에 따른 영향인 듯도 싶었으나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추도 힘차게 오락가락하고 시간도 정확하다. 희한한 일이다. 다시 거실에 옮겨 놓았다.

시계도 회춘했나 싶기도 하고, 고장이 난 부분이 스스로 치유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거실에는 부엉이시계, 탁상시계 등 몇 개의 시계가 있으나 시간을 보려면 이 은색 벽시계를 보곤한다.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다. 버림받던 시계가 사랑받은 시계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시계는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생명이다. 시간이 맞지 않는 시계는 그 생명이 다한 것이다. 손목에 차고 다니는 것이나 벽에 걸린 시계가 멈출 때가 있다. 배터리 수명이 다하거나 시계 자체에 고장이 생겨 멈추어 서기도 한다. 이것은 그 시계 자체가 수명을 다해 멈추어 서는 것이지만, 우주 자연의 시간은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다. 멈추어 선 벽시계가 다시 회생해 활기 있게 돌아가는 모습을 기이하게 생각하며, 나의 인생의 시간과 비교해 보았다.

사람에게 유고로 인해 시간이 정지된다면, 하나의 인생에 종지부를 긋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각기 주어진 시간 속에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한 번 흘러간 시간은 영겁을 이루지만, 우리 인간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마치 공기 없이는 한 시간도 살 수 없으면서, 그 고마움을 느끼지 못 하듯.

수많은 자연과 인류가 이 시간 속에 태어나고 사라진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가지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시간 속에 삶이 생성되고 또 소멸한다. 부귀영화도 고통도 괴로움도 모두가 시간 속에 명멸한다. 학교나 직장에서도 하루의 시간 속에 연속돼 가고, 가정이나 국가 간에도 모두가 시간 속에서 역사가 이뤄져 가고 있다. 우리 인간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도, 가치도 다르게 형성된다.

나는 며칠 전 잠깐이나마 의식을 잃은 상태를 체험해 보았다. 소파에 누워 있다 일어나면서 쓰러져 의식을 잃은 것이다. 병원 응급실에서 하루 종일 CT 촬영과 심장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았다. 건강보다 소중함이 없음을 절실하게 느껴 본 순간이었다. 잠시나마 의식을 잃었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일시적으로 정지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시간이 몇 초 동안이었기에 망정이지 길었다면 내 인생의 시간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게 됐을 것이다.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언제 어떻게 멈출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면서 시간에 억매여 살아간다.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느껴보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시간을 보다 값지게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내 일생에 단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은 시간을 더 길게 연장해 삶의 질도, 가치도 쌓아 올리고 자아실현의 보람도 이룩해야 하겠다. 자식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도 지켜보고, 사랑과 봉사와 즐거운 인생도 더 느끼고 살아야 하질 않겠나. 그러기 위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오래도록 멈추지 않기 위해 건강의 페달을 열심히 밟아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