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고려장
현대판 고려장
  • 관리자
  • 승인 2012.01.16 16:49
  • 호수 3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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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율 부산노인복지진흥회장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요양원이나 노인복지시설에 입소하는 노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일부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관에 맡겨지는 ‘현대판 고려장’도 있다. 경제적, 상황적 핑계를 대며 부모부양을 회피하는 자녀들 때문에 병이 생기면, 고령이 되면 보호시설에 갈 준비를 하는 처지가 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늙고 병든 부모님을 노인요양시설에 입원시키는 것은 불효(不孝)라는 의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당연한 듯 행해지는 모습이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더한다. 심지어 여행을 함께 갔다가 노부모만 여행지에 버리고 오는 웃지 못 할 경우도 발생한다고 하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고려장 이야기는 늙은 부모를 산속의 구덩이에 버려두었다가 죽은 뒤에 장례를 지냈다는 풍습으로, 오늘날에도 늙고 쇠약한 부모를 낯선 곳에 유기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고려(高麗)라는 명칭 때문에 우리나라 고려시대에 있었던 장례 풍습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이러한 풍습이 있었다는 역사적 자료나 고고학적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고려장이 사실이던 아니던, 자신을 애지중지(愛之重之) 길러 주신 부모를 모시기 어렵고 귀찮다는 이유로 부모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노인시설로 억지로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생각해보라. 오직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평생을 바친 늙은 부모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갇혀 지내야 하는 현실이 온당한 일인가. 반신반의(半信半疑)도 아닌, 자식들에 의해 억지로 시설로 보내진다면 얼마나 서럽고 한이 될까. 자식이 그리워 기다리고 기다리다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부모의 눈물이 가슴에 남아 한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일전에 필자가 운영하는 노인대학에 10년 넘게 나오시던 할머니가 자식들에 의해 요양병원으로 보내졌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간 큰 충격에 빠졌었다. 다리가 불편해서 거동이 좀 부자연스러운 것 빼고는 일상에 아무런 지장이 없던 분이었다. 불과 2주전까지 만해도 정정한 모습으로 노인대학에 나오셨던 분이 요양원으로 보내졌다니 믿을 수 없었다. 노인대학에서 교유들과 대화도 잘하고, 노래와 친교도 즐겼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요양원에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할머니의 가정 사정을 다 알 길이 없지만 지인들을 통해 슬하에 5남매를 두고 경제적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정정한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야하는지 찾아가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또한 얼마 전 노인대학을 오래 다니다 김해에 있는 실버타운에 입소한 한 할머니를 면회 간 적이 있었다. 아들 하나 둔 이 할머니는 노인대학 생활에서 평소 말이 없는 분이였으나 마음은 한없이 좋은 분이셨다. 면회실에서 1년여 만에 만난 우리 일행은 너무 반가워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으나 그 할머니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눈동자도 풀리고 기가 빠지고 기력도 없었으며 우리를 보고도 반가워하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 그저 멍하게 우리를 바라보다가 싱긋 웃는 것이 전부였다. 자식을 두고도 시설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늙고 병든 그 어머니의 삶은 너무 안쓰러웠다.

2012년 새해를 맞아 너도나도 소망하는 것을 나누는 이 때, 과연 우리 노인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첫째는 죽는 날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리라. ‘9988234’라는 말처럼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3일 정도 잠깐 아프다 자는 잠에 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식들에게 경제적, 심리적 짐이 되고픈 부모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지금의 늙고 병든 부모들은 자식들 행복을 위해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 한 죄 밖에 없는 분들이다. 젊은이들이여, 부모를 정성껏 모시지 않고 요양원에 방치한다면 훗날 그대의 자녀들도 그대들에게 똑같이 행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 노년세대들도 활기찬 노후를 위해 부단한 노력해야 한다. 무리하지 않는 운동과 식생활을 게으르지 않게 실천하며 건강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또한 평생 쌓은 삶의 노하우와 경륜을 살려 경제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2012년에는 현대판 고려장이 아니라 현대판 효녀심청이 많아지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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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 소나무 2012-09-11 04:58:40
많은 재산을 주지는 않했지만 오두막이 집을 아들에게주고
손주들을 20년이 넘게 수발해서 대학교에 다 가게되니 내가 피요가 없게되고
귀찮은지 멀정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을 했다가 나왔다.
그래 이젠 나 혼자 살고 싶은데 동이 없어 1억만 받을려고 한다.
가능하지 만약 안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아들이 그럴 능력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