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천국’ 같은 오늘은 ‘지옥’을 견뎌낸 어르신들의 유산
[기고] ‘천국’ 같은 오늘은 ‘지옥’을 견뎌낸 어르신들의 유산
  • 관리자
  • 승인 2012.01.20 14:10
  • 호수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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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 대한노인회 경남 합천군지회 사무국장

우리는 누구나 어릴 적부터 일상에서 천당과 지옥 얘기를 종종 들으며 살아온다. 일반적으로 ‘지옥’은 이승에서 나쁜 짓을 많이 한 사람이 죽으면 끌려가는 감옥이다.

그 죄상에 따라 끔찍한 고통을 받는 곳이다. 그 곳에는 불가마 솥이 있고, 독사가 있고, 가시덤불이 있고, 악마가 있다. 반면 ‘천국’은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이다.

항상 꽃이 만발하고 아름다운 새들이 노래하는 평화로운 곳, 아무 근심걱정 없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선녀와 천사들이 있다.

물론 죽었다 다시 살아 온 사람이 없으니 천국과 지옥의 존재 여부는 죽어서 확인하는 길 밖에 없다. 하지만 필자는 합천군노인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지옥에서 벗어나 천국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 기구한 운명을 지닌 사람들은 다름 아닌 지금의 노년세대들이다. 현 70~80대 노인들이 모두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혹독한 가난과 싸웠고,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모두 경험했다. 나라를 빼앗겨 동물과 같은 취급을 받고, 얼마 후 벌어진 전쟁에서는 온 국토가 불바다가 됐다. 정말 불우한 세대가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지옥을 경험한 것이다.

모진 세월을 이겨내지 못한 분들은 그렇게 한스러운 삶을 마감했고, 운 좋게 살아있는 분들은 엄청나게 발전 된 조국에서 적게나마 사회적 보상을 받으며 살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노년세대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천국으로 비유하곤 한다. 본인들이 태어나 어린 시절과 노인이 된 지금까지 굽이굽이 살아온 인생길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지금이야 남녀평등, 사회평등을 외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난한 집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남의 집 꼴머슴으로 일해야 했다. 짚신도 얻어 신기가 어려워 맨발로 다녀야 했다. 그나마 짚신을 신는 사람들도 지금 같은 양발이 없으니 발뒤꿈치가 억센 짚신에 깎여 피범벅이 되곤 했다. 제법 잘 사는 집이 아니면 하루 세끼 밥 먹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감자나 고구마, 나무껍질을 벗겨 겨우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굶기를 밥 먹듯이 하는 집이 허다했다.
지금이야 질 좋은 휴지가 있지만 과거에는 변소(화장실)에서 사용할 휴지가 없어 보드라운 볏짚이나 풀을 사용했다. 불을 켤 기름이 없어 저녁이면 캄캄한 어둠속에서 지내는 것이 일상이었다. 의복도 속옷이나 겉옷이 모두 얇은 베로 만들어져 겨울 추위는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한 겨울에는 손발이 꽁꽁 얼어 피가 흐르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람의 힘으로만 농사를 지어야 했으니 그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신을 것도 제대로 없었으니 그야말로 지옥 같은 생활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특별히 가난한 가정을 제외하고는 밥 굶는 사람이 과거처럼 많지 않다. 편리한 전기가 있어 집집마다 온갖 가전제품들이 갖춰져 있고, 냉장고마다 음식들이 가득하다. 오히려 먹을 것이 넘쳐나 비만을 걱정하는 세상이 됐다.

방마다 TV가 설치돼 있고, 자동차가 없는 집이 없다. 고을마다 1대씩 있던 전화기도 이제는 개개인이 휴대폰을 갖고 다닌다. 먹는 것, 입는 것 할 것 없이 비싼 브랜드 제품이 아니면 어린 아이들도 입거나 신으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천국은 저절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뛰어난 지도자들의 영도력이 있었고, 어르신들의 회생과 봉사,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240여개 국가 중 경제규모 13위, 1인당 국민소득 33위로 잘사는 나라가 됐다.

노인들이 천국으로 부르는 이 좋은 세상도 젊은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큰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았고, 자녀들의 양육과 각종 문화생활로 쓰임새가 급증하면서 항상 어려움을 느끼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노인들이 겪었던 지옥 같은 가난에서 오는 어려움이 아니다. 대부분이 나보다 잘사는 사람들을 따라 살면서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수에 맞게 절제하는 생활을 하지 않는 한, 이들의 마음은 언제나 가난하고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무튼 어르신들이 그 어렵게 살아온 시절에 비하면, 지금 우리나라는 분명히 ‘천국’ 같은 세상임이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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