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 값 하락… 위기의 농촌 해법은 없는가
[기고] 소 값 하락… 위기의 농촌 해법은 없는가
  • 관리자
  • 승인 2012.02.24 14:31
  • 호수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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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경기 고양시 일산구

최근 비싼 사료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키우던 소를 굶겨 죽인 이야기와 애물단지가 된 송아지 가격이 1만원이라는 보도가 회자되면서 온 나라가 ‘소’에 관심을 쏟게 됐다. 각 언론과 방송은 경쟁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쇠고기 유통단계별 마진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유통단계에 공정하지 못한 구조가 있어 농민은 굶어죽고, 유통업자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설 연휴 때, 농민들은 맘 편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다. 예년 같으면 외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을 맞이할 준비에 마음이 설렜겠지만 소 값 파동을 겪고 있는 올해는 가슴만 부여잡고 있었다.

모두가 기억하듯이 지난해 구제역 파문으로 많은 농가가 소를 땅에 묻는 고초를 겪은 후 1년 만에 불어 닥친 악재가 아닌가. 자식 같은 소를 살처분하고 받은 보상금으로 애지중지 키워 온 가축이니 마음의 고통은 얼마나 클 것인가.

예부터 소는 농가의 중요한 재산 중 하나였다. 지금도 소를 키우는 축산 농가는 어딜가나 으뜸으로 꼽는다. 하지만 최근 소 값이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축산 농가들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우 1등급 가격이 kg당 1만원까지 곤두박질쳤던 적도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소 값의 몰락과는 별개로 사료가격은 물가와 함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으니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간다.

소를 키우는 농가에서는 소가 재산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당장 소를 내다팔지 않더라도 오르는 사료 값에 비해 소 값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큰 빚을 지게 될 지도 모른다. 소 값이 사료 값에도 미치지 못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으로 가공공장에 팔아넘기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농촌지역의 많은 시군들의 고령화지수는 30%를 웃돌고 있다. 지팡이를 짚는 노인들이 어렵게 농업을 지키고 있는 형국이다. 아기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다 보니 딛고 서 있는 두 다리가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느낌이다. 여기에 소 값과 채소 값마저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아예 농사와 사육을 포기하려는 농민들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민을 위한 대책마저 미흡해 농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정치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 또한 높다.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성립하기 이전에 국가의 근간이 되는 농어업 안정화 정책을 우선 실시해야 하는 것이 옳다. 산업화 바람으로 모두가 외면한 농가산업을 지키며 국민의 밥상을 국산 농산물과 축산물로 채우고 있는 농민들이 아닌가.

현재 농촌은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위기의 농촌을 살릴 현실적인 대안을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사료 값 인상에다 소 값 하락, FTA까지 겹쳐 3중고를 겪고 있는 농가를 살려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2~3년 전부터 과잉 공급 등으로 소 값 폭락이 예견됐음에도 적절한 수급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정부 탓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정 사육 두수 조정도, 소비 촉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대로 간다면 축산업은 무너지고 농민들은 쌓이는 빚더미에 파탄 날 게 뻔하다.

무엇보다 농가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도 군납용을 국내산 쇠고기로 대체하고 한우 선물세트를 할인 판매한다는 임시방편뿐이었다. 중·장기적인 소 값 안정방안과 소비 촉진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가오는 4월 총선과 올 가을 대선에서 선심성 표 얻기 공약은 필요 없다. 말로만 농민들을 위하는 정책이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것 아니겠는가. 농민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그저 땀 흘린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는 농·축산업의 기틀이 마련되는 것이다. 살기 좋은 농촌, 꿈이 실현되는 농촌이 돼야 죽어가는 농촌도 살릴 수 있지 않겠는가. 농민들의 시름과 눈물이 없는 공정사회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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