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못 읽고 못 쓰는 서러움 다 풀었어요”
“글 못 읽고 못 쓰는 서러움 다 풀었어요”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2.24 14:43
  • 호수 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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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 눈물의 졸업식 열려

“하늘에 있는 아들에게 드디어 깨우친 한글로 편지를 씁니다”(양원초등학교 졸업생 여봉순 어르신). “세계사와 한자, 정치, 국어 등을 배우며 자신감이 생겼습니다”(양원주부학교 졸업생 정태순 어르신)

2월 22일 오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양원주부·양원초등학교 졸업식<사진>에는 배움의 문을 두드려 늦깎이 초등학생으로 졸업을 맞이한 293명 및 주부학교 514명의 학생들이 모여 축하의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후남이’처럼 남동생들에게 밀려 배우지 못한 채 평생 배움의 갈증을 안고 살아온 어르신으로부터 전쟁으로 초등학교를 중퇴, 배움을 중단하는 등 다양한 사연의 어르신들이 졸업의 감동을 되새겼다.

건설업계에 종사해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배우지 못한 게 한이었던 어르신 등 살아온 배경만큼 나누는 사연도 다양했다.

이번에 졸업한 양원초등학교 한 어르신은 “지하철 노선표도 못 읽고 답답하고 괴로운 심정이 풀렸다”며 “처음에는 장사까지 접고 그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 핀잔을 주던 자식들도 모두 격려해줬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한편 올해까지 973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양원초등학교는 2005년 1월 25일 우리나라 최초의 4년제 학력인정 성인초등학교로 지정돼 현재 12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전 과정은 물론 예절교육과 펜글씨, 한자, 영어, 독서, 글짓기 교육 등을 실시 중이다.

양원초교 최고령 졸업생 87세 최복순 어르신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기쁨, 한명씩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기쁨에 힘든 줄 모르고 4년을 보냈습니다.”

이날 졸업생 중 최고령으로 ‘끈기상’을 받은 양원초등학교 졸업생 최복순(여·87) 어르신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며 “새벽 4시면 일어나 힘든 줄 모르고 꼬박꼬박 학교를 다녔다”고 졸업 소감을 전했다.

그는 “간혹 주변에서 아침마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 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고령인데 어디에 쓰려고 배우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었다”며 “까막눈을 뜨면서 간판이나 표지판을 읽을 수 있게 된 지금, 배우는데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졸업 후 사찰 등 여러 곳을 여행하고 싶다고 밝힌 최 어르신은 “외국에 있는 셋째 딸 등 딸이 넷인데 모두 내가 공부하는 것을 지원하고 응원해 줬다”며 묵묵히 지켜봐준 딸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전했다. 슬하에 4명의 딸을 둔 최 어르신은 현재 막내딸과 함께 살고 있다. .


 글=이호영 기자 / 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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