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책임지는 시니어리더]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 이선구(60) 이사장
“죽는 날까지 나누는 기쁨이 마지막 소명”
[사회를 책임지는 시니어리더]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 이선구(60) 이사장
“죽는 날까지 나누는 기쁨이 마지막 소명”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3.02 14:09
  • 호수 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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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록원 등 ‘2011년을 빛낸 도전 한국인 10인’ 선정

매해 120만명이 넘는 소외 이웃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 ‘행복배달부’가 있다. ‘노숙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 이선구(60) 이사장(대한노인회 특별이사)이 그 주인공.

그는 다양한 구제사업과 기부문화 활성화의 공을 인정받아 최근 한국기록원과 스마트학술융합전국연합회가 선정한 ‘2011년을 빛낸 도전 한국인 10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선구 이사장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비롯해 美워싱턴주 상원 부의장인 신호범 의원, ‘코리안특급’ 박찬호 선수 등과 함께 당당히 도전 한국인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선구 이사장은 “대한민국을 한 해 동안 따뜻하게 빛내주신 분들은 내가 아니라 3000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수많은 후원자들”이라며 “이번 상은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가 초심을 잃지 않고 더 많은 이웃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단체가 돼 달라는 격려의 메시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는 모델하우스 개관, 결혼식, 개업식 등의 행사에서 한번 전시되고 버려지는 화환을 종이에 그려진 화환으로 대신하고, 대신 쌀을 기증해 형편이 어려운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사랑의 쌀 나눔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기증받은 쌀은 사회에서 소외된 홀몸노인, 노숙인, 중증장애 아동들에게 전달되는데 지난해에만 70만명이 혜택을 봤다.

올해로 7년째를 맞고 있는 ‘사랑의 쌀 나눔운동’은 나눔을 실천하는 작은 기부를 넘어 사회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다. SK그룹, 미래에셋생명 등 20여개 민간기업과 대한적십자 등 30개 단체·기관 등이 협약을 맺고 사업을 후원하고 있으며, 3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하고 있다.

사업영역도 갈수록 확장돼 서울, 인천지역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연간 25만명)은 물론, 고아원, 미자립복지시설, 노숙인 급식소 등 25개 기관에 농산물(연간 30만명)도 함께 나눠주고 있다. 2009년부터는 무료급식용 식당차량을 이용해 거리에서 직접 밥상을 차려주는 ‘빨간 밥차’를 운영, 무의탁 극빈 홀몸 어르신을 비롯한 노숙인 30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한 중증장애 아동 전문병원 건립사업은 최근 가수 김장훈 씨의 참여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2010년 3월부터는 대한노인회 특별이사로 임명돼 ‘경로당 쌀보내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5000개 경로당에 100톤의 쌀이 전해졌다. 올해는 형편이 어려운 경로당 3만여 곳에 쌀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연령과 계층을 막론하고 소외된 이웃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래서 ‘행복비타민’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이선구 이사장은 “나눔은 많은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며 “나눔을 통해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희망의 성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선구 이사장이 이처럼 봉사에 몰두하게 된 계기는 한편의 영화와 같다. 성공과 실패, 삶과 죽음을 오가며 인생의 참 진리를 깨닫게 된 것이다. 15년 전만해도 그는 1000억원대의 자산규모를 가진 건설업체 대표였다. 해외여행을 밥 먹듯 다닐 정도로 떵떵거리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1997년 IMF 경제위기로 인해 한순간에 모든 재산을 날리고 ‘알거지’가 됐다.

“평생 쌓은 부와 명예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좌절한 나머지 자살까지 기도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나 새 인생을 살게 됐다. 인생의 가장 밑바닥을 경험한 후, 전에는 보지 못했던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내 생명은 내 것이 아니다’는 생각으로 제2의 인생은 남을 위해 살겠다 결심했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를 베푸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밥퍼’ 봉사를 시작한 게 지금까지 오게 됐다.”

당시 ‘손에 움켜쥐고자 하는 것은 언제라도 다시 잃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선구 이사장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성, 바로 ‘나눔의 성(城)’을 쌓고 있다. 그는 늘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까’를 생각한다. 그 시간이 그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다. 행복한 고민을 거듭하며 최근 시작한 사업이 바로 ‘사랑나눔 이동푸드마켓’이다. 거동이 불편한 70~80대 노인들을 위해 쌀과 반찬을 비롯해 라면, 야채, 식용유 등의 생필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이동형 종합복지서비스다. 그는 2020년까지 전국에 100여개의 마켓을 열어 매년 1000만명의 노인들을 찾아간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재벌 소리를 들으며 세계여행을 다닐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 부자이기 때문이다.

“죽는 날까지 남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를 통해 많은 이들이 나눔의 기쁨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NGO(비정부기구)가 돼 전 세계 10억명에 달하는 굶주린 사람들에게 밥을 먹이는 단체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안종호 기자 / 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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