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자에는 인생(人生)이 담겨 있다
[기고] 한자에는 인생(人生)이 담겨 있다
  • 관리자
  • 승인 2012.03.02 14:10
  • 호수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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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용 서울 종로구 팔판동

최근 기대여명이 80대에서 90대로 넘어가고 있다. 인간의 꿈인 평균수명 100세도 머지않았다. 특히 이제 육체의 나이는 의미를 잃고 있다. 환갑을 넘긴 사람도 젊은이의 몸을 자랑하고, 일흔을 넘긴 사람이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필자 또한 올해로 93세다. 기력은 조금 쇠할지 몰라도 마음의 열정과 호기심을 잃지 않으면 영원한 청춘이라 생각한다. 나이를 뛰어넘는 삶만이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이다.

한자어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인생(人生)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선 노인을 표현하는 ‘老’(로)는 허리가 굽고 머리가 긴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한자다. ‘人’ ‘毛’ ‘匕’가 합쳐져 사람의 수염과 머리가 하얗게 변함을 뜻한다. 이를 활용한 한자어로 ‘노마지지’(老馬之智)란 성어가 있다. 이는 ‘늙은 말의 지혜’라는 말로, 관중이 길을 잃었을 때 늙은 말을 풀어 길을 찾은 데서 유래됐다. 연륜이 깊으면 나름의 장점과 특기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老’ 밑에 ‘曰’(가로 왈)이 붙으면 ‘耆’(늙은이 기)가 되는데, 흔히 60대를 가리킨다. 또한 ‘老’ 밑에 ‘毛’(털 모)가 붙으면 머리털이 희어졌다는 뜻으로 80대를 지칭하는 ‘耄’(늙은이 모)가 되고, ‘老’ 밑에 ‘至’(이를 지)를 붙이면 90대를 상징하는 ‘耋’(늙은이 질)로 사용된다. ‘耋’(질)은 기력이 끝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예부터 유교를 숭상하며 한자문화권에 속했던 우리나라는 나이를 표현하는 다양한 한자어가 많다. 흔히 사용하는 말로 60세 생일을 ‘환갑’(還甲), ‘육순(六旬)’이라고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육순’과 ‘환갑’은 다르다. ‘환갑(還甲)’은 태어난 해의 갑자(甲子)가 다시 돌아온다는 뜻으로 61세가 되는 생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70세를 칠순(七旬), 80세를 팔순(八旬), 90세를 구순(九旬)이라 한다.

나이와 관련한 한자어를 논할 때 공자를 빼 놓을 수는 없다. 공자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뒀다고 한다. 그래서 15세를 ‘지우학’(志于學) 혹은 ‘지학’(地學)이라 했다. 30세를 ‘이립’(而立), 40세를 ‘불혹’(不惑),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나이 70세는 마음먹은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한 ‘종심’(從心)이라 표현했다.

71세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라고 해서 ‘망팔’(望八)이라고 한다. 77세는 ‘희수’(喜壽)다. 이는 한자 ‘희’(喜)의 초서체가 ‘七十七’을 합쳐 놓은 것과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 81세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뜻으로 ‘망구’(望九)라고 한다.

또한 88세를 ‘미수’(米壽)라고 하는데, 한자 ‘미’(米)를 파자(破字)하면 ‘八十八’이 되는 데서 유래했다. 91세를 ‘백(百)을 바라본다는 의미’로 ‘망백’(望百)이라고 한다. 99세는 ‘백수’(白壽)라고 하는데, 이는 ‘백’(百)에서 ‘一’의 빼면 ‘白’이 된다는 데서 유래했다. 인간 수명의 한계라는 100세는 ‘상수’(上壽)라고 한다.

연령을 구분 짓는 한자어 외에도 나이를 표현하는 한자어도 다양하다. 나이를 물을 때도 어린사람에게는 나이란 표현이 어울리지만 어른에게는 연령(年齡), 연세(年歲), 연치(年齒), 춘추(春秋), 향년(享年) 등의 한자어 표현을 쓴다.

‘이팔청춘’ ‘방년 18세’는 노년의 길목에 선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리워하는 시절이다. 하지만 지나간 젊음을 아쉬워하기보다 남은 생을 더 가치있게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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