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창조적 시간관리자가 되는 법
[금요칼럼] 창조적 시간관리자가 되는 법
  • 관리자
  • 승인 2012.03.02 14:12
  • 호수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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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당신은 혼자서 즐기는 취미가 있는가? 당신은 배우자, 성인자녀, 손자녀와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계획해 놓았는가? 당신은 같은 연배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의미있는 활동이 있는가? 당신은 물질 혹은 자원봉사로 후원하는 단체가 있는가? 당신은 몇 년 동안 계속할 수 있는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였는가? 이것들은 노년기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은가 하는 논의에서 제기되는 질문들이다.

노년기 시간관리는 노년생활에 있어서 소득과 건강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이다. 어떻게 해야 그 많은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퇴직 이후 10∼20년의 세월을 특별한 계획 없이 그냥 흘려보낸 것에 대해 후회한다. 직장생활은 그럭저럭 잘 했고 아이들도 큰 문제없이 잘 키웠는데 이제 본인의 노년생활을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을 안 해본 사람이 없겠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까지 대과 없이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무슨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는 게 선뜻 내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떻든 노년기 시간관리는 전적으로 자기 책임 하에 이뤄지는 것이고, 효과적인 시간관리를 할 수 있다면 노년생활은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기엔 인생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노년기엔 인생의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되는가? 청소년기에 세운 인생의 목표는 30∼40년 앞을 내다보며 세운다. 이제 평균수명이 연장돼 퇴직 후의 노년기가 30∼40년이 되는데, 노년기 삶의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큰 모순은 없을 것이다.

요즈음 정부와 기업, 대학과 민간단체에서 퇴직준비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퇴직예정자들을 많이 참여시키고 있는데 이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퇴직을 우리사회가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축복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년기 시간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재산관리를 재(財)테크라 한다. 그러면 시간관리는 시(時)테크라 할 수 있다. 재산관리를 위해서 기술이 필요하듯 시간관리를 위해서도 기술이 필요하다. 재산관리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짜듯이 시간관리를 위해서도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 것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더 효과적인 시간관리를 할 수 있다. 어떤 일에 어느 정도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지 미리 설계하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주간이나 월간 단위의 설계도 필요했겠지만, 업적이나 성과로부터 자유로운 노년기에는 그것보다는 좀 길게 분기나 연간 단위, 혹은 5∼10년 단위의 설계가 더 의미있다. 노년기의 시간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 이외에는 대략 휴식과 운동, 오락과 취미, 자기개발로 채워질 수 있는데 본인의 재정, 건강, 흥미 정도에 맞춰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이 있다. 하루에 2시간 할애해 어떤 공부나 취미를 시작해 앞으로 10년 동안 계속한다면, 하루 8시간 일하는 것으로 치고 2.5년 동안 그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2.5년 동안 열심히 해서 달성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신학석사학위 취득, 소설작품 발표, 단전호흡 사범자격증 취득, 서예전시회 출품, 색소폰 연주회 개최, 백두대간 완주(사실 필자가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게을러서 하지 못했던 것들임)….
그런데 노년기 시간관리가 젊었을 때와 다른 점 하나는 창조적 시간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창조성(혹은 창의성)이란 돌연한 직관에 수반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일생을 통해 계속되는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나타난다.

창조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얼마간 특정 영역에서 일정량의 지식을 소유하는 것이 창조성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니까 어느 날 갑자기 창조적인 사람이 되거나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평소 생각하고 고민하고 노력한 끝의 어느 순간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우주의 생성에 관한 빅뱅이론과 같이 하나의 점에서 시작한 우주가 장구한 세월의 팽창 끝에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터져 무한광대한 우주를 이룬 것과 같은 이치이다.

‘꿈꾸는 노년’이라는 말이 있듯이 노년기는 자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기의 시간 전체를 다 들여도 괜찮은 시기다. 그 꿈은 정말 인생에 있어서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 남들은 알아주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참 의미있다고 생각해 왔던 일이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도 없으며 어떤 불편함도 견뎌낼 수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뭔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있다. 다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할 뿐이다. 그 꿈은 젊었을 때부터 해오던 일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도 있지만 전혀 새로운 것일 수도 있다.

꿈을 실현한다는 말은 꿈을 완성한다는 말과 다르다. 언제까지 그 일을 마쳐야 한다는 시간제한도 없다. 꿈을 이뤄나가는 그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은 전세대로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누려온 문화와 문명을 계승 발전하는 데 기여하는 일이라면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다.

조지 베일런트 박사는 수십년간 하버드대학 성인발달연구를 주도한 후 집필한 ‘멋있게 늙어가기’라는 보고서에서 “노년의 삶을 즐길 줄만 안다면 노년은 온통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는데, 창조적 시간관리자가 되려는 사람은 이 주장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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