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노년을 즐기기 위한 선택
[금요칼럼] 노년을 즐기기 위한 선택
  • 관리자
  • 승인 2012.03.16 15:09
  • 호수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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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철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가입국 중 최고다. 노인자살률이라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올해 양대선거를 앞두고 아름다운 노년, 행복한 노년을 위한 과제들이 공약사항으로 많이 제출되고 있으니 이런저런 기대도 해봄직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마음가짐이다. ‘지폐’와 ‘종이쪼가리’의 차이처럼,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그 가치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간 가족을 위해 청장년 시기를 헌신해 왔다면, 노년에는 자신을 위해 삶을 즐기는 시기로 삼는 건 어떨까.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사례 몇 가지를 담는다.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또한, 늙는 만큼 인생을 사랑하게 된다고 한다. 강태공이 위수(渭水)에서 낚시질을 하며 때를 기다리다가 문왕을 만난 나이가 일흔이었듯, 하루하루를 무모하게 살아가기보다 계획하고 준비한다면 지속가능한 노년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필자는 노년의 아름다움을 용모나 부, 명예 등에서 찾기보다는, 삶을 즐기는 여유와 당당함, 초월적 자세에서 발견하곤 한다. 늘어가는 사회보장제도의 품에서, 품위 있게 늙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누가 뭐래도 ‘건강 유지’다.

흔히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말을 하듯,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건 중년부터 시작해야 할 기본자세다. 여러 능력이 저하되다보니 환경변화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고, 뒤따르는 스트레스 장애도 만만치 않다.

심신의 안정을 중년부터 준비하지 못했더라도, 용모를 단정하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 온화한 표정과 정중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면, 그만큼 돌아오는 게 상례다. 초라한 겉모습과 고고한 겉모습은 어쩌면 백짓장 하나 차이일지도 모른다.

입은 하나, 귀는 둘
어떤 이들은 본인의 경험담을 일기 쓰듯 이야기하곤 한다. 살아온 햇수에 담긴 과정과 의미는 또 얼마나 많으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보따리만 계속 풀어 놓다 보면, 그 순간 현재가 아닌 과거를 살게 된다. 특히, 젊은이들과 이야기 나누다보면 훈계해야 한다고 믿기도 하는데, 말하기보다 들으려 하는 아량이 필요한 건 역사적으로 봐도 불변의 진리다.

필자는 ‘요즘 것들은……’이라는 말만큼 허탈한 말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감 차이는 있지만, 현재의 청년을 배워야 현대사회에서 더욱 다양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을 애써 거부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완고함과 관대함
노년에도 여전히 숨 가쁜 경쟁 사회를 살아가긴 하지만, 젊은 시절보다는 한 발짝 물러나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이 낙천적 태도와 관대함이다. 노년이 완고하고 편협하다는 것은 노인 전체에 안 좋은 인상을 주는 옛말이어야 한다. 아쉬움이 있어도 관대하게,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너그럽게 웃는 여유가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노년에게만 주어진 기회나 아픔이 아니다. 남녀노소 모두 겪는 시대상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영역 파괴 현상을 보며 완고한 자세로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착각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노년은 한 생을 값지게 살고, 다른 생을 황금기로 보내기 위해 새로 배우는 세대이기도 하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를 하든 젊은 사람에게 배우든 새로운 것을 수시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상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노년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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