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명 무상급식 ‘사랑의 밥차’ 중단위기
1200명 무상급식 ‘사랑의 밥차’ 중단위기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3.16 15:31
  • 호수 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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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배 비싼 경매가 원인… 밥차 기지 경매로 제3자에 넘어가

▲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는 3월 13일 오후 2시 30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앞에서 ‘사랑의 밥차 살리기’를 촉구하는 시민대회를 열었다. 시위에 참석한 노숙인 및 자원봉사자들이 밥차 기지의 제3자 매각 중단과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노숙자, 홀몸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사랑의 밥차’ 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경기도 고양시의 밥차기지 땅이 경매로 제3자에 넘어가 기지를 내놓아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토지가격에 대한 법원의 경매가가 실거래가와 4배 이상 차이가 나 논란을 빚고 있다.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이하 나눔운동본부)는 사랑의밥차 기지로 사용하던 고양시 행주외동 2300여㎡ 부지가 경매를 거쳐 제3자에게 넘어가, 기지를 내놓아야 할 입장이라고 3월 12일 밝혔다.

나눔운동본부는 3년 전부터 무상 임대한 이 땅에 임시 건물을 짓고 식자재 보관과 반찬을 만드는 곳으로 활용해 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서울역, 부평역, 주안역에서 하루 평균 1200명의 노숙자, 홀몸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해 왔다.

사건의 발단은 부지를 무상 임대해 주던 독지가가 재정난으로 이 땅을 경매에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무상 임대해 쓰던 기지 땅이 경매에 나오자 나눔운동본부 운영위원 나병기(53)씨가 사랑의 밥차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지난해 9월 22일, 경매부지를 31억3000만원에 낙찰 받았다. 당시 법원이 산출한 경매가는 54억4000만원이었다.

문제는 낙찰 받은 땅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31일, 은행이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부지를 감정한 결과, 토지가격이 13억6000만원에 불과했던 것. 이는 법원 산출 경매가액의 4분의 1 수준이다.

결국 나씨는 지난해 11월 의정부법원 고양지원에 ‘매각허가 결정 취소 신청’과 ‘강제집행(경매) 중지 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경매 2주 이내로 제한돼 있는 이의신청 기간을 넘겼기 때문이다. 그 사이 경매는 두 차례 더 진행돼 땅은 3월 7일 제3자에게 넘어갔고, 나씨의 경매입찰 보증금 2억6000만원은 대금지급기한을 넘겨 전부 몰수됐다.

나씨는 “어떻게 법원의 경매가액이 은행 감정가보다 4배나 높을 수 있느냐”며 “대금을 내지 못해 몰수된 돈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사랑의 밥차에 의지하던 소외계층들이 오갈 데가 없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는 ‘경매 중지 가처분 신청’ 심문이 예정된 3월 13일 오후 3시 고양지방법원 앞에서 공정한 법집행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대학생 자원봉사단체인 ‘V원정대’, 서울역 광장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과 쪽방촌을 지원하는 목회자들과 사회단체, 그리고 일반 시민 50여명이 참여해 고양시 사랑의 밥차 기지의 제3자 매각을 기각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 측은 “법원은 감정가의 적정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전문기관이 산정한 감정평가액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사랑의밥차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씨는 사랑의 밥차 중단 위기와 관련해 자신의 메신저(SNS)에 항의글을 남기며 사법부에 맞서 정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귀추가 주목된다.

김장훈은 3월 14일 자신의 미투데이를 통해 “‘도가니’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 관련 법원심리가 있었는데 법원이 공시가를 잘못 감정하고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도 나몰라라 한다. 이런 권위 의식이 나라를 망친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어 “가수는 정치적이거나 시사적인 안에 대해 나서지 말고 노래에 충실한다는 신조이지만, 이번 법원 심리는 정말 심하다. 일반 서민들한테는 얼마나 횡포를 부릴까 생각하니 이건 목숨 걸고 싸워야 할 듯하다. 권위주의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주려고 노력하겠죠? 그래도 갑니다. 가야 합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김장훈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3월 15일 공식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재경매에 낙찰된 매수신고인에게 3월 13일부로 매각허가결정이 내려지면서 ‘사랑의 밥차 기지’에 대한 향후 대응방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안종호 기자 / 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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