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대 이름은 노인, 노인, 노인
[기고] 그대 이름은 노인, 노인, 노인
  • 관리자
  • 승인 2012.03.23 14:20
  • 호수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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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록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우리는 지금 ‘노인 수난시대’에 살고 있다. 돈 때문에 자녀들이 부모를 죽이고, 버리는 세상이다. 무엇보다 고령 인구의 증가를 재앙으로 규정하는 시대가 아닌가.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의 시각들이 노인들을 오욕(汚辱)과 수난으로 얼룩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28일에는 40대 중반 아들이 또 노부모를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자신의 아들까지 죽였다. 더 큰 문제는 이제 이런 사건이 큰 이슈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반사로 일어나는 흔한 사건 중 하나일 뿐이다.

여행을 가장해 부모를 길거리에 버리고, 특정학교 지원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폭행하고 집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한 중학생의 믿기 힘든 사건도 최근 벌어졌다. 또 여자 친구와 교제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조부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경우도 있었다. 부모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린 존속 살해도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이다. 충격적이다 못 해 끔직한 일이다. 놀란 가슴을 추스르지 못 하고 어렵게 마음을 진정시킬 뿐이다. 한낱 짐승도 제 부모만큼은 모실 줄 알건만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어찌 이럴 수 있는지 통탄할 따름이다.

하지만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존속살인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08년 44건이었던 것이 2009년에는 58건, 2010년에는 66건에 달했다. 천륜이 패륜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가정에서 웃어른의 자리는 없다. 물론 권위도 찾아 볼 수 없다. 밖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길거리에서 청소년들의 비행을 보고도 모른척해야 한다. 지하철에서도, 버스정류장에서도 노인들에 대한 배려나 양보는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됐다. 잔소리라도 했다간 오히려 큰 봉변을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戰戰兢兢)이다. 지금 우리 노인세대들이 누구인가. 국가발전을 이끈 위대한 공로자들이다. 이들은 국가의 번영을 위해 젊음을, 인생을 다 바쳐 헌신했다. 가난만큼은 후세에 물러주지 않으려고 고생을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부강한 조국을 꿈꾸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노년기에 접어든 지금, 기대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세대의 땀과 노력으로 윤택한 삶을 살게 된 젊은 세대들은 너무나도 대범하고 잔인하게 노년세대를 짓밟고 있다.

효도에 대한 가치가 무시되고 오직 돈만 인정받는 사회로 변질돼 가고 있다. 돈만 있으면 가정도, 부모도, 자식도 뒷전이 되고 있다.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발버둥치다보니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나 배려 같은 것에는 관심조차 없다.

지금의 노년세대들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오직 자식들 잘 되기만을 바랬던 것이 죄라면 죄다. 그래서 그들은 가진 것을 자녀들에게 결코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는 어떠한가. 부모가 아무리 힘들어도 재산 털어 부모님 모시는 자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못 배워 무식한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한다. 그래서 요즘은 늙은 부모가 아들, 며느리 눈치 보며 살아야 하는 형국이다.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기 위해 파지를 줍고, 무료 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는 노인들 대부분이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자녀들이 있다. 핵가족 문화와 지나친 물질 만능주의가 가져 온 부끄러운 결과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1위다. 부끄럽지만 그것이 우리나라 노인들이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우리가 지난 역사와 문화재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그 안에 담겨 있는 가치 때문이다. 하지만 70~80년을 살면서 삶의 가치를 쌓아 온 노인들은 퇴물취급만 받고 있다. 우리사회가 존속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힘의 논리에 의해서만 지배당한다면 우리 노인들은 살아 갈 희망을 잃을 것이다. 말 뿐인 정치권의 공약도 필요없다. 필요한 것은 가족 간의 관심과 사랑이다. 젊은 세대들이여 명심하라. 부모가 지금처럼 항상 곁에 있는 것은 아니다. 떠난 뒤에 후회하지 말고 살아있을 때, 곁에 있을 때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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