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휴일과 어버이날
[기고] 공휴일과 어버이날
  • 관리자
  • 승인 2012.05.04 15:04
  • 호수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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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훈 제주시 중앙경로당 회장

올해도 어김없이 5월 8일 어버이날이 다가왔다. 예부터 효를 백행지본(百行之本)이라 여겼던 우리나라에서 부모님에게 효를 다하도록 지정된 날은 그 어느 날보다도 중요한 기념일이라 할 수 있다. 원래는 ‘어머니날’로 불리던 것을 1973년 ‘어버이날’로 명칭을 바꿔 일반기념일로 제정해 시행해 오고 있다. 이처럼 ‘어버이날’을 특별히 제정한 것은 나를 낳고 길러 이 세상에 ‘나’를 존재하게 하신 어버이의 은혜를 새롭게 되새기고, 자식 된 도리를 가다듬자는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버이에 대한 효행은 자식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요, 나아가서는 우리 인간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이며, 또한 인간으로서 꼭 해야 할 도리이다. 유교를 중시하는 이 땅에 태어났다면 부모님에게 효를 다 하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지키고 실천하고 싶은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주위 환경과 여건이 허락지 못해 오히려 불효를 저질러 버리는 사례가 흔하다. 현대 가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어린이날은 큰 잔치를 하다시피 관심을 쏟지만 어버이날은 연례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카네이션 꽃을 달아 드리거나 사업에 또는 직장에 바쁘다는 이유로 전화 또는 선물, 용돈 얼마를 부쳐주면 자식으로서 할 일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부모님들이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그 날 하루 만이라도 멀리 떨어져 사는 자녀들과 손자녀 얼굴을 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 뿐이다. 어버이날을 핑계삼아 얼굴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직장일로 바쁜 자식들은 퇴근 후 잠깐 들리는 것조차 버거워 하는 경우도 많다.

오늘날 노인들은 가난한 시절, 오직 자식 하나만 바라보고 자신을 버리며 살아온 세대다. 때문에 노후대책을 세우질 못한 상태에서 불행한 말년을 맞고 있다. 대부분이 ‘老後三苦(노후삼고)’ 즉 병고, 경제고, 고독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또한 부모와의 대화 단절, 노부모 유기, 소외, 기피, 학대, 폭행 등을 당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도 우리사회에서 ‘상경하애’(上敬下愛) 정신과 ‘경로효친’(敬老孝親)의 전통 윤리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버이에 대한 도리를 망각하는 요즘 세대에게 효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이 옳다. ‘어버이날’을 법적 공휴일로 지정해서 하루 만이라도 부모님을 찾아뵐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최근 열린 18대 국회에서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에 대한 법률안 처리 계획이 무산됐다. 2009년 5월 발의된 이 법안은 아직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조차 마치지 못한 상태라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19대 국회에서 법률안 통과를 기대한다.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은 단순히 노는 날이 하루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명분을 허락하는 시간이며, 자식 된 도리를 할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이다. 무엇보다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효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 진정한 노인복지라 확신한다. 정부 관계자들은 모든 사람이 결국엔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상기했으면 한다.

우리나라를 경제대국으로 이끈 어버이들이 최소한 내 가정에서 만이라도 사랑받고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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