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상담 Q&A] 엄마 노릇, 아내 노릇 언제까지 해야할까요
[노인상담 Q&A] 엄마 노릇, 아내 노릇 언제까지 해야할까요
  • 관리자
  • 승인 2012.05.11 14:41
  • 호수 3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Q. 최근 우울증이 부쩍 심해졌습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평생 가족들 뒷바라지에 분주한 자신의 삶이 요즘 견디기가 힘듭니다.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해서 하루에도 깊은 한 숨을 수십 번 내쉽니다. 젊을 때는 아이들 키우랴, 남편 내조하랴 정신없이 앞 만보고 살았지만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식들 출가시키면 내 인생이 있을 줄 알았는데 변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남편 은퇴하고 아이들 결혼시키고 나니 오히려 할 일이 더 많아졌어요. 남편 세끼 밥 차려주고, 손주들까지 돌보고 있습니다. 직장다니는 자녀들 집에 찾아가 밑반찬이라도 만들어놓고 오려면 하루가 얼마나 정신없는지 몰라요. 무엇보다 이제는 몸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친구들은 저희들 알아서 하게 두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요. 어떨 때는 정년퇴직하고 친구들 만나러 다니는 남편이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 식구들은 내가 우울증 약을 먹는지 몰라요. 그저 내가 참아야지 하면서도 순간순간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이 밀려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어르신, 정년도 없는 엄마와 아내의 역할, 얼마나 힘이 드세요?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어르신만의 고민이 아니라 수많은 어머니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라는 사실입니다. 많은 어머니들이 자신의 희생이 없으면 가족들이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 어머니는 가족들 뒤치다꺼리에 지쳐 모든 것을 팽개쳐 두고 훌쩍 여행을 떠났었는데, 엉망이 돼있을 집을 생각하며 돌아와 보니 가족들이 너무나 잘 지내고 있어 오히려 화가 났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그동안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가족이 아니라 안 된다고 생각했던 자기 자신임을 깨닫게 됐다고 합니다.

이제는 모두가 행복한 가정을 위해 작은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어머니가 행복해야 가족들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첫 단계는 어르신의 힘든 속사정을 가족들과 나누시는 겁니다. 그리고 엄마로서 잠시 동안 휴가를 내세요. 회복과 재충전을 위한 어르신만의 시간입니다. 내가 해주던 그 많은 일들을 누가 다 할까 걱정하지 마세요. 가족들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도와야 합니다. 엄마는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는 가족들의 생각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용기를 내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세요. 어르신이 지금까지 해 오셨던 것처럼, 남편에게도 자녀에게도 엄마를 배려할 기회를 만들어 주세요. 오늘부터 가장 가보고 싶은 곳, 제일 해보고 싶은 것들을 수첩에 적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어르신만의 즐거운 휴가 계획을 세워보시는 겁니다. 가족들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가꾸어 가시기 바랍니다.
▲도움말=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상담전화 02-723-998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