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은퇴 이후의 10만시간
[기획] 은퇴 이후의 10만시간
  • 관리자
  • 승인 2012.05.18 15:23
  • 호수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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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언론 기사에 따르면 은퇴 후 노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10만 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필자 또한 은퇴 후 새로운 인생 설계를 준비하며 일자리 찾기에 분주했지만 자신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이 주어졌는지는 미쳐 생각지 못했다. 이후 10만이라는 숫자가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노후 준비에는 여러 분야가 있다. 주거, 건강장수를 위한 준비, 노인대학 등 교육, 가족과 친지 관계, 노후 삶을 위한 경제적 준비, 노후 여가문화 개발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과거에는 50대 중반에 은퇴하고, 70세만 넘으면 늙은이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은퇴 후에도 적게는 30년, 길게는 40년 이상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은퇴 이후 시간은 얼마나 될까. 우리 인생을 나이를 기준으로 인생 3모작으로 구분하여 보자. 태어나서 학교 졸업하는 약 25세까지를 청년기로 하고, 취직해 일을 하는 60세 전후를 장년기로 하고, 하늘나라에 가는 약 85세 전후를 노년기로 가정해 보자.

청년기 25년, 장년기 35년, 노년기 25년. 청년기는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다. 부모의 보호아래 교육받고 양육받는 기간으로, 대학 졸업까지 포함하면 자그만치 2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장년기 35년은 인생의 황금기다. 가정을 이루고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과 책임을 왕성히 소화한다. 취직과 결혼, 자녀 출산과 양육, 친인척 사별, 본인 건강문제 등 생로병사를 경험하고, 직장에서 승진, 사업 성공과 실패, 내 집 마련, 삶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등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시기다. 또한 장년기에는 본인 성공과 미래에 대한 준비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시기다. 장년기의 활동 시간을 하루 9시간씩 주6일로 계산해보면, 6일×9시간×52주×35년=9만8280시간이 된다.

이 시기에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최대한 노력을 경주해 삶의 열매를 구체화하며 장년기를 지내게 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사람들은 장년기에 많은 정력을 쏟아 부었기에 그 시기를 지나는 노년기에는 쉬고 싶어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노년기에 주어지는 시간을 계산해보자. 노년기는 정년퇴직 이후의 시간이다. 평균 은퇴연령이 55세 전후임을 감안하면 약 25년의 시간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때는 모든 시간을 마음 먹은 대로 사용할 수 있다. 하루 중 수면, 식사 등 생리적인 욕구를 위한 시간을 넉넉잡아 12시간으로 잡아도 나머지 12시간이 남는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365일×12시간×25년=10만9500시간이 된다.

기대수명이 85세만 되도 은퇴 후 주어진 시간은 10만 시간을 넘는다. 놀랍게도 장년기에 활용하는 시간보다 노년기의 시간이 더욱 길다. 무엇보다 정년퇴직 연령이 점점 앞당겨지고 평균수명이 늘어 노년기 시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이제는 인생의 남은 시간이라는 뜻의 ‘여생’(餘生)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노후는 더 이상 인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제2, 제3의 인생을 열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이제 우리 노년세대에게 주어진 과제는 ‘은퇴 이후의 10만 시간을 어떻게 준비하고 설계할 것인가’하는 문제다.

쉬면서 지내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10만 시간은 너무 길다.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맞게 되는 10만 시간은 결코 활기차고 즐거울 수 없다. 다가오는 10만 시간을, 아니 선물로 주어진 그 귀한 시간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노인들은 의존적이고, 부양받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와 ‘소통’하고 ‘참여’하는 어른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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