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년기에 알아야 할 한자성어
[기고] 노년기에 알아야 할 한자성어
  • 관리자
  • 승인 2012.05.18 15:24
  • 호수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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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기자/경기 포천

 ‘호사수구’(狐死首丘)는 여우가 죽을 때에는 자기가 살던 언덕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뜻이다. 즉 근본을 잊지 사는 인생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호(狐)는 여우요, 사(死)는 죽음을 의미한다.

필자는 고향을 떠나 온 지도 60년의 세월이 지났고 고령(高齡)인데도 어릴 적의 고향산천(故鄕山川)과 죽마고우(竹馬故友)를 꿈에 가끔 찾게 되고 만나게 돼 향수(鄕愁)에 젖곤 했다. 옛날에는 금의환향(錦衣還鄕)으로 비단 옷을 입고 고향에 돌아감을 말함인데, 밖에 나가 출세해 고향으로 돌아감이다. 오늘날에는 출세한 사람이 고향산천을 찾거나 귀향(歸鄕)하는 이를 거의 보지 못 한다.

오늘날 이향향도(離鄕向都)의 추세로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가기 때문에 오지(奧地)인 농어촌에는 폐허(廢墟)가 돼 아이 우는 소리(出産), 다듬이 소리(勤勞), 책 읽는 소리(讀書) 못 들어 실로 안타깝기가 이를 데 없다. 살아서 고향을 찾지 못했지만 죽어서 고향산천을 찾아 묻히게 되는 경우를 이웃에서 가끔 보게 된다.

필자는 1년이면 몇 차례 귀성(歸省)·성묘(省墓)·벌초(伐草)하러 오지(奧地)인 대미산(黛眉山) 밑 박촌(朴村)을 찾게 되지만 50여 가구가 이제는 10가구도 채 안 되게 줄었다. 노인들의 고독하고 실의(失意)에 찬 모습이 아련하다. 대부분의 농경지는 휴경(休耕)상태로 마을에는 인적(人跡)마저 드물다. 말 그대로 인희지황(人稀地荒)이요, 동학(同學)한 죽마고우(竹馬故友)는 간 데 온 데 없어 감구지회(感舊之懷)하게 된다.

한편 일상에서 자주 주고받는 한자성어 중 ‘신언절어’(愼言節語)이란 말이 있다. 이는 말을 삼가고 아끼라는 뜻이다. 신(愼)은 ‘삼가다’의 뜻이고, 절(節)은 ‘절약하다’는 의미의 한자다. 나이가 어리나 적으나 학시이 많으나 적으나 말이 많으면 품위(品位)를 잃게 된다. 말을 쉽게 하고 많이 하면 쓸 말이 적게 되고, 실천이 없거나 적게 되게 마련이다.

대체적으로 고령에 이르면 말수가 많아지고 했던 말을 되풀이 하는 성향이 강해진다.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경향이 많아지는 듯 하다. 하지만 사회의 어른으로서 노인들은 상대의 말을 듣는 쪽이 돼야 한다. ‘절어경청’(節語傾聽)이란 한자어처럼 말하기보다 귀를 기울이고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서 절(節)은 ‘절약하다’, 경(傾)은 ‘기울이다’를 뜻한다.

이밖에 언어순화(言語醇化)에 관한 성어로는 비례물언(非禮勿言), 언정리순(言正理順), 언행일치(言行一致), 화종구출(禍從口出), 언소다의(言少多意) 등이 있다.

옛 격언에 ‘노유상어’(老儒常語)란 말이 있다. 이는 늙은 선비가 늘 하는 말로 시사(時事)에 어두운 상투적(常套的)인 말을 의미한다. 요지가 없는 평범한 이론을 반복해서 펴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또한 ‘어다품소’(語多品少)로 말이 많으면 품위(品位)가 적다고 한다. 품(品)은 품위(品位)의 한자다. 말이 품위가 있고 고우며 바른 어법(語法)에 따라 언어를 구사(驅使)할 때 우리 사회는 밝고 명랑해지지 않겠는가. 가정이나 주변에서 말하기에 상행하효(上行下效)의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노로(老老)는 노인이 노인답고, 부부(父父)는 아버지가 아버지 노릇을 다 해야 한다. 로 우리 노인이 가정·사회에서 모범적인 생활로 노인 위상정립(位相正立)을 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겠다.

노년기에는 판단하고 따지기 전에 베풀어야 한다. 입은 다물고 돈지갑은 열라는 의미의 ‘함구개갑’(緘口開匣)이란 성어를 기억해야 한다. 또 침묵(沈默)은 금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소욕다시(少慾多施)하며 욕심을 적게 갖고, 적은 것이라도 후세를 위해 나누는 자세가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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