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상담 Q&A] “우리 남편이 이상해졌어요”
[노인상담 Q&A] “우리 남편이 이상해졌어요”
  • 관리자
  • 승인 2012.05.25 15:13
  • 호수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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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저희 남편은 올해로 73세가 됐습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왔지만 대학원까지 나온 인텔리지요. 평생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살아왔고, 생전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매사에 꼼꼼하여 중요한 일은 꼭 기록을 해두고 매일 일기도 썻어요. 크게 다정다감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속정이 깊어서 늘 의지가 되는 남편이었답니다. 그러던 남편이 얼마 전부터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어요. 전에는 친구들과 모임 약속도 곧잘 있더니 요즘은 사람도 통 만나지 않고, 집에 콕 틀어박혀서 저만 그렇게 못살게 굽니다. 어지간한 일에는 큰소리 한번 안 내던 양반인데 요즘은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기 일쑤에요. 지난번에는 한 소리를 하고 또 하고 하기에 아까 한 이야기를 왜 또 하시느냐 그랬더니, 갑자기 저를 세차게 밀치며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이들이 걱정돼 전화를 하면 쓸데없이 전화하지 말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더군요. 정말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식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다 적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내가 외출한 시간, 돌아온 시간, 심지어는 자신이 화장실 다녀온 시간까지 다 적어놔요. 평소에도 메모를 잘 하는 편이어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니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평생토록 함께해 온 남편이 이처럼 갑자기 돌변하시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힘드세요. 일상생활을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겪어 왔을 어르신의 괴로움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으셨을 겁니다. 그러나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으니 남편 분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신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네요. 우리 모두는 신체의 어느 곳이든 병이 날 수 있습니다. 배가 아플 수도 있고, 무릎이 아플 수도 있고, 눈이 안 좋아질 수도 있지요. 이런 병증은 환자 본인이 고통과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금방 알아차리고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뇌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본인과 가족들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늘 함께 생활하는 사람일수록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평소 조용하시던 분이 갑자기 지나치게 화를 잘 내시거나 활발하던 분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지셨을 때, 평소 하지 않던 폭언이나 욕설, 폭력을 행사하실 때,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해서 물어보거나 가까운 사람을 까닭 없이 의심할 때, 우리는 뇌 건강의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뇌의 이상으로 인해 생각과 행동이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것을 우리는 ‘치매’라고 하지요. 많은 분들이 ‘치매’라는 말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고칠 수 없는 병으로만 알고 병원 찾는 일을 미루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치매 또한 수많은 질병의 하나로 조기에 발견하면 그 종류와 심각성에 따라 약물로 치료하거나 병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치매 진단을 받으면 환자의 법적, 경제적 능력에 대해 보호받을 수 있으며 각종 정보와 교육, 지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로써 환자 본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 이상행동의 원인이 질환 때문임을 알게 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도울 수 있게 됩니다. 가족과 함께 남편 분을 모시고 병원을 찾아 곳곳의 건강을 체크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무엇보다 가족의 사랑과 배려가 힘을 발휘할 때입니다.
도움말=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상담전화 02-723-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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