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화학적 거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확성기] ‘화학적 거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 관리자
  • 승인 2012.05.25 15:28
  • 호수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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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폭력범에 대한 약물 치료 즉, 화학적 거세가 실시된다. 일명 조두순 사건 등 흉악한 아동 성범죄들이 잇달아 발생한 뒤 만들어진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이 처음 적용되는 것이다. 법무부가 5월 22일, 아동 성폭력범의 성충동을 억제하고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에 따라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처음으로 화학적 거세 명령을 내렸다. 대상은 지난 1984년부터 2002년까지 13세 미만 여자 어린이 등을 상대로 4차례에 걸쳐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박모씨다. 현재 성폭력범죄로 구속기소돼 교도소에서 보호감호를 받고 있는 박씨는 오는 7월 가출소하면 집에서 생활하면서 3개월에 한 번씩 최장 3년간 성충동 억제를 위한 약물을 투여 받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본인 동의 없이 강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치료가 아니라 또 하나의 처벌이며, 인권침해라는 비난이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조치는 재범 위험이 큰 성도착증 환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사전에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절차를 거쳐 법원 판결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어서 본인 동의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아동 성폭력범의 재범률이 30~40% 정도로 매우 높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성범죄자가 전문가의 정신감정에서 ‘소아 성도착증’으로 진단되면 이 같은 약물 치료는 필요하다고 본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8개 주(州)를 비롯해 러시아, 폴란드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도 오래전부터 성범죄자가 원할 경우 화학적 거세를 해주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또 어린이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미성년자와 초중고교 학교장 등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지난 3월 16일부터 시행됐다. 아동 성범죄에 대한 형량도 강화됐다. 지난 2009년 조두순에게 법원이 징역 12년의 가벼운 형량을 판결한데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자 대법원은 이런 사건의 권고형량을 최대 무기징역까지 높이고 음주도 양형 감경 사유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형량 강화와 화학적 거세만으로는 아동 성폭력 예방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의 불안한 주거환경, 맞벌이 부부 등으로 방치되는 아동 등 아동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풀어가야 한다. 정부가 아동 성폭력 문제를 단순한 개별 범죄의 대책 차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치안과 복지를 함께 감안하는 종합 정책 차원에서 접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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