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급 5천원의 자원봉사 대가의 의미
[기고] 시급 5천원의 자원봉사 대가의 의미
  • 관리자
  • 승인 2012.06.01 15:24
  • 호수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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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선 광주시 북구 용봉동

 용봉동 모아 미래도아파트 경로당 회원 다섯 명은 어르신자원 봉사대로 선발돼 태봉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어르신 자원봉사대는 어린이 교통안전 지도에 참가하기 위해 5일간의 일정을 수립해 제출했다.

필자는 봉사대가 나이 든 노인들이기에 학생 수가 적은 정문을 원했으나, 북구노인회 관계자는 기왕이면 후문에서 하자고 주장했다. 그래서 경로당 회원들의 건강을 위주로 생각했던 나의 의사를 양보했다. 다시 한 번 그분의 철두철미한 책임감을 깨달았다.

첫날 5월 14일은 기다렸던 단비가 와서 우산을 쓰거나 비옷을 입고 열심히 봉사했다. ‘대한노인회 광주시지회’라는 하얀 글씨를 새긴 붉은 조끼를 입었다. 호루라기와 신호기는 내가 들고 건너편에 선 한 사람이 신호기를 들었다.

오후 1시에는 저학년부터 하교하는 학생들이 교문에서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은 나오자마자 절반 이상이 길옆에 대기하고 있던 자가용이나 승합차에 쏜살같이 달려가 버렸다.

신호등과 우리 봉사자가 있음에도 그냥 달리는 학생, 일반인, 또한 신호등을 무시하고 바로 달려가는 얌체 운전자가 있었다. 거리지킴이가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구 달리는 차량을 향해 “떽~ 나쁜 놈! 운전도 할 줄 모르는 놈이!”하면서 호루라기를 연거푸 불고 저지했으나 마이동풍이었다. 평소 가끔씩 바쁘다는 핑계로 신호등을 무시하고 길을 건넜던 그릇된 나의 습관 때문에 죄책감이 들었다.

‘학교 교통 지킴이’ 담당자가 어르신들이 고생하신다며 따뜻한 커피를 가져와 고마웠다. 장대 같은 비는 아니지만 가랑비보다 더 강한 빗방울이 비옷을 스쳐 내려 제법 싸늘한 느낌이었다.

“할아버지 올해 몇 살 잡수셨어요?” 한 여학생이 물었다. “응, 난 7학년 9반이란다.” “그러면 중학생이네요?” 이제 10대가 된 어린 학생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희미한 비옷자락속의 시계를 보니 벌써 1시간이 지나있었다. 나는 아직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네 분은 좀 피로한 것처럼 보였다. 60·70대 이상이면 모두 병원 신세를 지거나 약으로 의지하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 회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간 경화환자, 위암수술환자, 골다공증으로 허리 다리가 불편한 환자들임에도 회원들은 오직 어린 학생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숭고한 마음으로 봉사대에 지원했다. 혹여 ‘나이 들었다는 구실로 게으름이나 부리시지 않을까’하는 기우도 있었지만,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해 성의껏 학생들을 지도해 주셨다.

우리는 시간당 5000원을 지급 받았다. 국민의 혈세가 떳떳하게 사용된 것이라 자부할 수 있다. 왜냐하면 투병 중이면서도 장차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어린 학생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봉사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근래 일부 정치인이나 회사 책임자들의 부정부패로 적게는 몇 백 만원부터 몇 조원까지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 그럼에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떳떳하게 검찰에 불려 가는 그 모습은 목불인견이었다. 오히려 국민을 비웃기라도 하듯 웃는 태연한 모습은 ‘우리가 누구를 위해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해야 하나’ 분노하게 만들었다.

나라 빚이 900조에 가깝다는 뉴스를 봤다. 먼 훗날 만약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경제적 속국이 된다면 국민은 다시 빈곤한 생활로 내몰릴 것이다. 그러므로 위정자들은 지금의 세태를 각성해야만 한다. 우리가 납부한 세금이 오늘처럼 항상 값지게 쓰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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