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인자살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기고] 노인자살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 관리자
  • 승인 2012.06.01 15:25
  • 호수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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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록 경기 남양주시 진전읍

 인간의 생명은 존귀한 것이다. 생명의 가치는 귀천·상하가 없다. 그런데도 아직은 노인 자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적은 것 같아 안타깝다.

2008년 우리나라 노인 자살은 이웃나라 일본보다 3배 가까이 높다. 높은 자살율의 원인은 우울증과 빈곤, 황혼이혼의 증가로 인한 가정 붕괴와 여기에서 오는 가치관의 혼란 때문이다. 소외된 노인들은 ‘자식들을 위해 해준 것이 없는데 내가 더 살아서 무엇을 하나’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 이로 인해 불면증이나 식욕부진에 시달리기도 한다.

고난과 역경을 잘 참고 견뎌 온 노인들이 얼마나 살기 힘들면 죽음이라는 최후 선택을 했을까? 그들은 많은 시간을 두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주저하고 망설였을 것이다. 그동안 가족·이웃들이 세심히 그들을 살피지 않고 무관심하게 대한 것이 화를 자초한 이유가 아닐까?

노인자살은 자녀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 배우고 가진 것이 넘쳐도 부모의 고통과 외로움을 외면하는 이가 많다. ‘우리 부모님은 설마…’하며 지나치다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부모는 평생 자식을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기른 자식이 다 성장하면 부모와 멀어진다. 그리고 자식에게 조차 따돌림을 당한다고 느껴질 때 실망과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정신질환(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삶의 의지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노인들은 헐벗고 굶주리며 빈곤에 허덕이던 보릿고개를 피와 땀으로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가 이처럼 풍요로울 수 있도록 한 주인공이다. 헌데 지금 대접은커녕 대학 나온 자식, 며느리 그리고 손자들까지 노인을 무시하여 뒷방으로 밀려나는 신세가 됐다. 자식에게 도움을 받기는커녕 가난을 대물림했다는 생각에 오히려 자책하고 가슴에 멍이 든다.

국가에서도 이런 노인은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나마 부부가 같이 생존해있는 가정은 낫다.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을 경우, 우울증과 외로움에 젖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자녀들과 함께 사는 노인보다 홀로 사는 노인의 자살수가 3배나 높다는 것은 바로 이런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통계청 통계에 의하면 2009년에는 80세노인 10만 명당 자살 수는 약 127명으로 1999년 약 47명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이 월등히 많다. 최근 황혼이혼이 증가하고 독거노인이 급증하면서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정부는 국가의 격을 내세우며 경제 대국을 자랑하기 전에 노인들의 아픈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정부·정치권에서 더 이상 노인 자살문제를 개인에게 미뤄서는 안 되며, 정부지원 아래 복지대책을 마련해야한다. 복지는 이념도 포퓰리즘도 아닌 삶의 질의 문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정치권에서 앞다퉈 복지를 말하고 있지만, 노인자살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현실은 실질적 복지국가와는 멀게만 느껴진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평화 없이는 국가도 사회도 평화를 보장할 수가 없다. 가족의 소중함과 생명의 가치를 일깨워 우리 다 같이 평화로운 가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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