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른다운 어른
[기고] 어른다운 어른
  • 관리자
  • 승인 2012.06.08 13:18
  • 호수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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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도 경기 김포시 양촌읍 양곡리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가 어른 없는 사회가 된 지는 아주 오래다. 우리나라에 만 65세 이상인 인구가 거의 6백만명이나 되고 급속도로 노인수가 증가해 가는데, ‘어른 없는 사회’라니 무슨 말일까? 하기야 필자의 나이도 칠십 중반을 훌쩍 넘겼으니 어른 축에 끼기는 한다. 그러나 자신부터 어른 노릇을 제대로 못하며 살고 있으니, 나이만 어른이지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집 주변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젊은이들도 나를 밖에서 마주치면 인사하는 이들도 있지만 외면하는 이들도 있다. 인사를 제대로 하는 아이들은 가정교육이 제대로 돼있고 예의범절을 갖춘 애들이라고 여겨진다. 반면 나를 외면하거나 피하는 아이들의 눈에 나라는 사람은 어른답지 않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내 나름대로의 이러한 생각이 맞을 것이다. 평소 생활을 하면서도 동네 이웃·아이들에게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혹시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어른으로서의 가치나 품위가 손상되는 언행을 하지는 않을까’ 고민하면서 말이다.

어찌 항상 옳고 바르게만 보였을까 싶기도 하다. 젊은이들의 눈에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보였을 것이다. 우선 내 자식·손자들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짙었다. 내가 혹여 자식·손자들에게 불성실하고 헛기침이나 하며 거드름이나 떨며 어른 노릇을 하려는 할아버지로 보일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았다.

그래도 가끔은 자식·손자들에게 아버지·할아버지답지 못하게 비춰질 때가 있어 마음 편치 못하다. 생활 속에서 일그러진 내 자신의 면면들이 그들의 마음속에서 씻기고 사라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하니, 나이 때문인지 초조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얼마 전에 신문을 보니 어른들에게 갖는 아이들의 존경심이 동양의 여러 국가들 중 한국이 최하위였다. 얼마 전에는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섬뜩한 기사를 보고 맥이 풀리고 식은땀이 나기도 했다.

하기야 이런 일이 최근에 생긴 일은 아닌 줄 알고 있다. 그러나 50·60대 때 받아들였던 것보다 훨씬 더 충격이 크고 괴로웠다.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어른으로서의 권위와 품위가 상실된 지 너무 오래됐다. 무엇이든 잃기는 쉽지만 찾기는 쉽지 않다. 하기야 나라의 정치, 경제, 교육, 예술 등 각 분야의 어른들 모습부터가 잘하는 것보다 욕을 먹고 비난 받아야 할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어른도 있지만 젊은이들에게 동일한 취급을 받고 있다. ‘어른들은 다 똑같지. 아니라고 해도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식의 취급을 당한 것이 수십 년이 됐다.

어른들이 이런 대우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하다. 그런데도 어른이기를 포기하고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큰소리 치며 살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인 크고 작은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이다. 그들은 사회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고 경제 질서와 사회 정의를 흔들어 놓고도 뭐 잘못한 것이 있느냐는 듯 얼굴을 바짝 치켜들고 입가에 조소마저 띄운다. 이처럼 뻔뻔한 어른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큰 문제다.

그런데 이런 인간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는 사회적 제도장치가 너무 빈약하고 허점이 많아 탈이다. 우리 사회를 휘청거리도록 뒤흔들어 놓고도 죄책감 없이 뻔뻔한 모습으로 TV에 나오는 인물들을 수십년 동안 봐왔다. 우리 사회의 이런 고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은 600만명의 노인에게 있다. 깊게 병들어가고 있는 사회지만 우리 노인의 힘으로 충분히 고칠 수 있다. 이는 현대를 살고 있는 노인들이 더 늙고 병들기 전에 해야 할 역사적인 사명이요 임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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