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장수 패러독스 그리고 19대 국회의무
[금요칼럼] 장수 패러독스 그리고 19대 국회의무
  • 관리자
  • 승인 2012.06.22 15:35
  • 호수 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된 국제노령연맹(IFA)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오는 길에 브라셀 에이즈(Age)에도 들려 유럽연맹 노령화 관련 얘기도 귀동냥했다. 지구 어디든 늘어나는 인간의 수명에 따른 노년층 대책으로 분주하다. 오래 사는 게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장수가 축복해야 할 분명히 좋은 일인데도 말이다.

전후 태어난 대규모 인구의 노령화(Aging)에 뒤이어 따라붙은 우리사회의 저출산은 양수겸장으로 우리에게 비수가 돼 죄어오고 있다. 1차 베이비붐 세대가 불과 7~8년 안에 65세에 이르고, 뒤따라 늙는 60~70년대 출생한 예비노년층도 머지 않아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대규모 인구의 노령화에서 어두운 면은 사회가 부담해야 할 노년층에 대한 경제적 문제다.

UN은 일찍이 1982년 1차 세계노령화대회와 2002년 2차 세계노령화대회를 거치면서 노년층의 개발, 건강, 복지, 지속적인 환경 조성 등을 각국에 촉구했다. 우리나라도 참여해 서명한 국가다. 퇴직 전 세대는 가능한 한 저축을 늘리고 일자리에 더 머물러야 하며, 퇴직 후 세대도 건강한 노년층은 소득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하고 그렇지 못한 노년층은 사회안전망 속에서 남은 인생을 보살펴줘야 한다. 교과서적인 얘기다.

선진사회 못지 않게 한국사회도 각종 사회안전망제도가 갖춰져 있다. 사회복지 관련 법만 해도 40여 가지가 넘으며 이중 노년층 관련 혜택도 100여 가지가 넘는다.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 질이 문제다. 잡다한 각종 이름이 붙여진 노인일자리가 그렇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기초노령연금제도다.

기초노령연금제도는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 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인하하는 대신 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년층의 보호와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함으로써 떨어진 소득대체율을 보완하기로 만들어진 것이다. 생활이 어려운 노년층에게 연금을 지급함으로써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단독 거주 65세 이상 9만4000여원, 부부가구 15만여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은 꼬박꼬박 0.5%씩 삭감해 가고 있지만 올려줘야 할 기초노령연금은 4년간 한 푼도 인상 시키지 않고 있다. 은퇴자협회 계산으로 현재까지 추가로 받아야 할 연금액 미인상액은(매년 0.25%)단독 노인 35만원, 부부가구 55만원에 이르고 있다.

이 단순한 현상은 2007년 17대 국회 말 기초노령연금법 제정 시 국회가 연금특위를 구성해 인상시기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한다고만 명시해놓았기 때문이다.

18대 국회는 시민사회 압력에 마지 못해 연금특위를 구성했었으나 성과 없이 끝나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보건복지부 진수희 장관은 가히 노년층을 우롱할 선별적 기초노령연금법 개정 작업에 들어가 있었다. 기초노령연금 축소 작업이다.

귀가 닳도록 들어온 얘기지만 우리나라의 상대적 노인빈곤율은 45%가 넘어 OECD 평균인 13.5%보다 3배 이상 높다. 3배 이상 더 가난하다는 얘기다. 그러니 인구 10만명당 노인자살율이 82명에 이르러 일본, 미국 등 선진국보다 4~5배 높은 상황이다. 매 30여분에 한명씩 자살하는 나라에서 노년층 자살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자살하고자 시도하는 노인이 하루 100여명에 이르는 나라다. 이들에게 최고의 고통은 경제적 문제다.

기초노령연금제도는 선진국 예를 들지 않더라도 아시아에서 제일 가난한 방글라데시 노인들도 혜택 받는 제도다. 액수야 4000여원에 불과하지만 65세 이상 노년층 250만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총선을 치르면서 쏟아져 나오는 정치권의 무차별한 무상복지론에 국민들이 복지의 환상에서 깨어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공짜 점심은 없으며 있다 하면 누군가가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너그러운 분들(?)이 기초노령연금을 무상복지와 연계해 비유하는 얘기를 들을 때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제대로 아시고 비유를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우리의 수명이 선배 세대처럼 짧았다면 이처럼 연금에 매달릴 일이 아니었다. 이제 수명이 3~40년씩 늘어나 있는 지금 기초노령연금은 액수 고하를 막론하고 한 달에 한번 지폐 구경을 하는 가난한 노년층의 수입원이다.

우리가 늘 예로 드는 영국, 스웨덴도 100년이 넘는 오늘까지 기초 연금제를 다듬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 19대 국회는 현 노년층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이 핵심의제로 다뤄져야 한다. 바로 연금개선특위를 구성하고 기초노령연금의 인상방법과 시기 등을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당신들 일이라면 지금까지 방치해놓았겠는가? 장수가 재앙이 돼서는 안 된다. 장수는 축복 받아야 하며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할 의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