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 생애 최고의 날
[기고] 내 생애 최고의 날
  • 관리자
  • 승인 2012.06.29 11:35
  • 호수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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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순 원도심여성어르신자원봉사클럽 코치

 3년 전인 2009년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를 통해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부양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노인사회의 안정과 복지를 위해 헌신하는 대한노인회 임직원 여러분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같은 노인으로서 한없이 부끄럽고 송구스러웠습니다.

아직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못한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살아오던 중 2011년 대한노인회에서 노인자원봉사단을 결성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노인일자리 사업팀장을 맡고 있던 저는 회원들에게 봉사활동을 제안했습니다. 회원 전체가 찬성했고 봉사클럽을 결성하게 됐습니다. 3차례의 교육과 10회가 넘는 봉사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며 활동하던 중, 또 한 번의 멋진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인근 도시 여수에서 개최되는 세계박람회 봉사활동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나이 먹은 할머니들이 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나이 든 우리들이 국제적인 행사를 망치는 것은 아닐까?’하고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회원들의 의지와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으로 과감히 도전했습니다.

보통 큰 축제를 가보면 같은 옷을 예쁘게 차려입고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런 분들은 어떻게 봉사활동을 할까’ 생각하며 막연하게 동경해 왔었는데, 세상에나! 제게도 그런 날이 찾아온 것입니다. 5월 초, 여수세계박람회 자원봉사센터로부터 겉옷, 하의, 신발, 모자 등을 받았던 날, 우리 회원들은 모두 어린 시절 명절 때 어머니가 사주신 옷을 받고 기뻐하는 것처럼 신이 났습니다.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우리들이 박람회의 성공을 결정짓는 일선의 활동가다’라는 생각으로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를 연신 외쳐대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사실 힘은 들었지만 봉사활동이 끝난 후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이렇게 보람 있는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생각은 비단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회원들의 생각일 것입니다.

마침내 5월 12일 역사적인 여수세계박람회가 개막하고 우리도 1기 봉사활동자로서 5월 18일까지 공식적인 업무에 돌입했습니다. 매일 아침 기차를 타고 현장으로 가서 팀원들끼리 간단한 회의를 하고 업무를 소개받았습니다. 그리고 손을 모아 힘차게 파이팅을 외칠 때마다 저는 꼭 텔레비전에 나오는 국가대표 선수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국인은 물론이거니와 외국인들도 많이 보이는 출입구 광장에서 같은 옷을 입고 손을 모아 파이팅을 외치는 것이 꼭 올림픽 같은 국제 경기를 앞둔 국가대표 선수단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겁니다.

봉사활동 기간 힘든 점도 많았지만,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박람회장 곳곳에서 땀 흘리며 고생하신 노인 자원봉사클럽 회원님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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