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여성 독립운동가⑦ 안경신(安敬信, 1877 ~ 미상)
시로 읽는 여성 독립운동가⑦ 안경신(安敬信, 1877 ~ 미상)
  • 관리자
  • 승인 2012.07.06 14:55
  • 호수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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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해설=시인 이윤옥

평남도청에 폭탄 던진
당찬 임신부 ‘안경신’

토지수탈 앞잡이 동양척식회사에 폭탄 던진 나석주
조선인 잡아 가두던 종로경찰서에 폭탄 던진 김상옥
상해 홍구공원 대 쾌거 윤봉길
도쿄 황거 앞에서 폭탄 던진 김지섭 이봉창 의사

제국주의 무모한 만행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여자의 몸 뒤질세라
치마폭에 거사 이룰 폭탄 몰래 숨겨 들여와
신의주 철도호텔, 의천경찰서, 평남도청에 던진 그 용기

꽃다운 스물세 살 임신부
폭탄 들어 평남도청 향해 힘껏 던지던 날
하늘도 놀라고 땅도 놀라고 온 천지가 부들부들 떨었다네

갓 낳은 핏덩이 끌어안고
왜경에 잡혀 철창 속에 갇혀서도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게 무슨 죄냐고
쩌렁쩌렁 호령하던 열사

출옥 후 핏덩이와 간 곳 알 수 없지만
어느 이름 모를 곳에서 또
힘차게 대한독립만세 외치며
그 투지 불태웠을 테다 불태웠을 테다.


▲ ‘여자폭탄범’이란 제목으로 대서특필한 1921년 5월 2일자 동아일보 기사.
“독립투쟁가가 많이 있고 여성투쟁가도 수없이 있다. 그러나 안경신 같이 시종일관 무력적 투쟁에 앞장서서 강렬한 폭음과 함께 살고 죽겠다는 야멸찬 친구는 처음 봤다”

이는 안경신의 동지 최매지(崔梅智)가 한 말이다.

1920년 8월 3일 밤 고요한 평양시내에 군중이 혼비백산할 만한 굉음이 울렸는데 다름 아닌 평남도청이 폭발물에 의해 파괴된 것이었다. 이 폭탄을 던진 주인공은 당당하게도 스물세 살의 젊은 여성 안경신(安敬信)이었다. 그가 왜 폭탄을 던졌는지 들어보자.

“3·1 만세운동 때도 참여했지만 그 때는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나는 일제 침략자를 놀라게 해서 그들을 섬나라로 철수시키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곰곰 생각해 봤다. 그것은 곧 무력적인 응징방법으로 투탄(投彈), 자살(刺殺), 사살(射殺) 같은 1회적 효과가 주효할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비밀결사대한애국부인회 검거’시에 안경신은 일본 고등경찰에게 그렇게 당당히 말했다. (1920년 11월 4일, 高警 제33902호)

안경신은 대한광복군총영에 가담했는데 이 조직은 중국 동삼성 지역에 산재해 있는 각종 항일투쟁 단체를 망라해 통합한 전투 단체로서 1920년 3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이 단체의 투쟁목표는 일제의 착취기관, 정책수행기관 폭파와 침략의 수뇌부 인사 사살이었다.

1920년 8월 미국 상하의원단 100여명이 동양 시찰차 한국도 통과한다는 귀중한 정보가 광복군 총영에 입수됐다. 총영에서는 조국 독립에 관한 영문 진정서 43통을 작성, 임시정부를 통해 제출케 한 뒤 국내의 일제 통치기구들을 파괴하고 일본 관헌들을 암살해 세계의 여론을 환기시킬 계획을 세웠다.

이에 7월 25일 결사대를 3대로 편성해 폭탄, 권총 및 전단(4만장)을 배포했는데 결사대원은 안경신을 비롯해 임용일, 정일복, 박경구, 김영철 등 16명이었다.

평양을 담당한 안경신은 대원들과 7월 15일 총영을 출발, 국내로 잠입하던 중 안주에서 검문 검색하는 일경 1명을 사살하고 도보로 평양에 입성했다.

안경신은 단독으로 평남도청(8월 3일) 그리고 다른 동지와 신의주 철도호텔(8월 5일), 의천경찰서(9월 1일) 등에 폭탄을 던졌는데 특히 8월 3일 저녁 9시 50분경 투척한 평남도청 폭파사건은 이웃에 있는 경찰서 건물이 파괴되고 왜경 두 명이 폭살 당하는 쾌거를 이뤄 여류투사로서의 이름을 만방에 드날렸다. 당시 일제의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여성의 몸으로 거사를 위한 폭파용 폭탄을 비밀리에 반입한다는 것 자체가 세상을 놀라게 한 일이었으며 더욱 놀라운 일은 거사 시에 안경신은 홑몸이 아닌 임신 상태였다. 거사 후 피신해 있던 중 8개월 만인 1921년 3월 왜경에 체포 될 때에는 해산한지 얼마 안 된 상태로 핏덩이 아기와 함께 투옥됐다.

안경신의 사형 소식이 상해 임시 정부에 전해지자 김구와 장덕진 등이 탄원서와 석방 건의문을 보냈다. 그의 사형선고는 10년 형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법정에 선 안경신은 “조선 사람이 조선독립운동을 해 잘 살겠다고 하는 것이 무슨 죄냐”는 벽력같은 소리로 재판장을 꾸짖고 당장 석방하라는 불호령을 내려 간수가 가까스로 형무소로 송환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감옥에서도 굴하지 않는 안경신의 애국정신은 후세 사람들의 본보기로 남아있다.

안타깝게도 출옥 후 안경신에 대한 행방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핏덩어리를 안고 형무소로 잡혀갔던 안경신의 출옥 후의 생활은 물론 사망 연도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정부는 1962년 3·1절에 안경신에게 건국훈장 국민장을 추서했다. 

‘시로 읽는 여성 독립운동가’는 민족시인 이윤옥 씨가 집필한 시집 ‘서간도에 들꽃피다’의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서간도에 들꽃피다’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집대성한 최초의 시집으로 저자가 10여년 동안 중국, 일본을 비롯한 전국을 누비며 수집한 사료를 토대로 구성됐습니다. ‘시로 읽는 여성 독립운동가’를 통해 역사 뒤편에 묻혀있던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행적과 업적,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문의 02-733-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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