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이슈이슈] 연봉 1500만원 무형문화재, ‘전통문화’고사위기
[쉽게 읽는 이슈이슈] 연봉 1500만원 무형문화재, ‘전통문화’고사위기
  • 관리자
  • 승인 2012.07.13 17:09
  • 호수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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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병신춤’의 대가였던 공옥진 여사가 7월 9일 오전 4시 52분 전남 영광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고인은 전통 무용에 해학적인 동물 춤을 접목해 ‘1인 창무극’으로 발전시켜 수십 년간 서민들과 함께했다. 그의
‘1인 창무극’은 공식 문화재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2010년 5월에야 심청가 부분만 전라남도 무형문화재에 지정됐다. 공 여사는 국내외 무대에서는 인정받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의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다. 소중한 문화 전승을 위해 무형문화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무형문화재의 실태와 계승 대책을 짚어본다. 

 
▲지원 태부족, 제자 못 길러
‘1인 창무극’의 대가 공옥진 여사가 전수자를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별세하면서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공 여사는 지방 무형문화재 지정이 10년 이상 지연되면서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결과적으로 전수자를 육성할 여유도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영광군의 지원으로 연수공간을 확보한 공 여사는 사비를 들여 제자를 육성했으나 1998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생활고에 시달렸고, 제자들 역시 하나 둘 떠나보내야 했다.

2010년에야 뒤늦게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아 매달 8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그러나 뇌졸중으로 인한 투병생활 때문에 별다른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하고 전수자도 길러내지 못했다.

기능 보유자들은 한결같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 해도 지금의 지원수준으로는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광주·전남 지자체는 지방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에게 월 80만~90만원을 전승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전승 조교에게는 40만원, 전승 장학생에게는 1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기능 보유자들이 이 돈으로는 홀로 생활하기도 빠듯한데 제자까지 둘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小木匠) 기능 보유자인 설석철(87) 장인은 매월 국가 지원금 130만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재료비는 물론 노부부의 일상 생활비에도 크게 못 미친다.

아들 설연운(51)씨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목장 공예를 하고 있다. 다른 제자들은 짧으면 2~3개월 만에 떠났고 그나마도 10년 넘도록 사사하고자 찾아오는 제자도 없어 전수조교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연운씨는 “나무 한 그루에 수천만원씩 하는데다가 몇 달 걸려 작품을 제작해도 제값 받고 팔기 어려운 상황이라 대부분 못 버티고 포기한다”고 하소연했다.

▲월급 130만원 받는 가난한 장인
광주시와 전라남도의 지방 무형문화재 56종목 가운데 27%인 15종목에 전수 조교가 없는 것으로 7월 12일 현재 파악됐다.

문화재청이 지정한 전국 중요무형문화재도 127종목 중 27개 종목, 약 20%는 전수조교가 없는 상황이다. 현존하는 기능 보유자가 타계하면 전통예술도 그대로 사장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지방 문화재들의 공연과 전시행사를 위한 예산으로 광주시는 올해 무형문화재 18명을 대상으로 총 3800만원을 책정했다. 전남도 역시 단체에 250만원, 개인에는 130만원(총 74명)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역 예술계는 개별 공연이나 전시는 물론 연 1회 합동 공연이나 공동 전시회를 열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라고 지적한다.

조기종 광주 무형문화재보존회장은 “현행 전승지원금과 부족한 전시·공연 기회로는 젊은 사람들이 전통예술인으로서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3호 화류 소목장 기능 보유자인 조 회장은 “마지막으로 제자를 받은 것이 5년 전”이라며 “십수년 이상 혼신을 기울여야 하는데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우니 제자들이 인테리어 등 다른 업종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인정되면 매달 기능보유자 130만원, 전수조교 70만원, 전수장학생 30만원, 보유단체는 300만원의 전승지원금을 지급받는다. 국가적으로 인정받는 장인의 연봉이 1500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몇몇 인기종목을 제외하고는 예술 공연이나 공예품 전시의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연봉 1500만원을 받는 그늘 속 ‘장인’이 되려는 젊은이들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다.

▲지원책 현실화 절실
지난 5월 ‘무형문화재 지원 조례안’을 발의해 통과시킨 정병문 광주 시의원은 “대다수 지자체의 관련 조례가 형식적”이라며 현실적인 지원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조례안에 구체적으로 담겨야 할 사안으로 ‘원활한 활동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지원’과 ‘후진 양성의 기회 마련’을 꼽았다. 보유자들이 무형문화재 전승에 힘쓰고 젊은 전수자가 나설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무형문화재 보유자들과 전수생들은 전통예술활동을 업으로 삼은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 전문위원을 지낸 한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는 “현 지원금은 전수 장학생들의 교통비도 안된다”며 “먹고 살기 어려운데 누가 배우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들은 우리 전통문화의 맥이 보존되려면 결국 이들의 기능, 예능을 선보일 수 있는 터전 마련이 궁극적인 해답이라고 입을 모았다.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8호 가야금병창 기능보유자 문명자(58·여)씨는 엑스포, 비엔날레 등 국가 행사에 비슷한 대중 공연만 하지 말고 무형 문화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인들은 일부 전시관과 문화관이 전통공예품이 비싸다는 이유로 값싼 수입품을 판매하며 전통문화인들을 좌절시키고 있다며 시민이 쉽게 전통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전시관과 공공기관 등이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젊은 층의 관심을 돌려 예비 후계자 양성을 위한 체험 기회를 확산하고 실습 중심의 대학 강의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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