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온한 노후, 행복한 인생의 조건
[기고] 평온한 노후, 행복한 인생의 조건
  • 관리자
  • 승인 2012.07.20 11:10
  • 호수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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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필자의 조부모께서도 힘든 삶을 살아오셨다. 그리고 칠십대 중반이 돼 노후를 보내고 계신 지금, 두 분은 걱정 많은 24살의 손자가 바라보기에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 보이신다.

시골집에서 살고 계신 조부모는 물질적으로 넉넉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손자에게 용돈을 주시고 격년에 한 번 정도는 단체 여행을 다니실 정도의 여유는 있으시다.

또, 노인대학과 게이트볼 모임 등을 통해 사교적인 삶을 살고 계시고, 효심 있는 세 명의 자식과 나를 비롯한 손자·손녀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부모 내외가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함께 살고 계신다. 이제 필자가 사회에 나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 가족 여행도 모시고 가고, 선물도 많이 해드릴 생각이다. 그러면 나름대로 만족스러워하지 않으실까 감히 생각해본다.

조부모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60~70대가 돼 직업에서 은퇴한 후, 필자의 모습을 상상해보게 됐다. 지금까지의 추세로 인간의 수명이 연장된다면, 우리 세대는 거의 100세에 가까운 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약 30~40년 정도의 노년기를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노년기의 모습은 어찌 보면 소박하지만, 결코 쉬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상시에는 아내와 함께 여가 생활을 즐기고, 가족 행사나 명절에는 여러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이 찾아오는 것을 기대하면서 지내고 싶다. 마음이 통하고 진실 된 벗을 이웃으로 두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것도 아주 중요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바람을 또래의 친구들에게 말하면, 다들 필자의 생각을 특이하다고 말한다. 20~30대 중에는 결혼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으니 그럴 만도 하다.

현실적으로 여성에게 결혼은 사회생활의 큰 제약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남자에게도 결혼 후에는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이 뒤따른다.

이런 이유로 요즘 세대는 결혼을 상대적으로 더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화려한 독신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50~60세 이후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것일까.

언론 보도에서 접할 수 있듯이 20대 중후반의 청년들은 무서운 사회의 바람, 즉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결혼은 둘째 치고 우선은 밥벌이를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너무 바로 앞만 내다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들 각각은 어떤 삶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사회적 가치만이 너무나 중요시 되고 있다. 어떤 직장에 다니고, 그 직장 내에서 어떤 성취를 이루는지, 얼마나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지 등.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없다.

인간이 타고 난 본능적 욕구는, 온전하게 믿고 기댈 수 있는 평온한 공간, 다시 말해 마음의 휴식처를 찾는 것을 지향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치열한 경쟁을 즐기고, 솟아오르는 당장의 욕망을 해결하는 것에 천착하는 것보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학교의 교과서에서도 사회적인 꿈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고민하게 했던 것 같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가정을 이루고, 그 가정에서 자신의 책임과 가치가 어떠한지,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하고 배우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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