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인공경, 모든 인간을 위하는 일
[기고] 노인공경, 모든 인간을 위하는 일
  • 관리자
  • 승인 2012.07.27 09:12
  • 호수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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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호 경북 울진군 북면 주인3길

 웃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우리 고유의 전통미속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자랑으로 삼아온 경로효친 사상이, 급격한 도시산업화, 사회변천을 거치며 송두리째 흔들리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분기점으로,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윤리와 가치기준이 많은 부분 퇴색했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문명의 혜택 속에 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인간 생활에서 물질만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최근 서양의 선진국들은 동양적인 대가족제도에 대해 깊은 관심과 흥미를 보이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곧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로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다. 국내 노인복지법을 보면, 기존의 대가족제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에 역점을 둔 것 같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회보장 제도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선진국에서도 우리의 가족제도를 동경할 정도니 말이다.

젊은 시절과 달리 노인들에게는 과거의 능력, 지위 등은 사실상 아무런 쓸모가 없다. 체력과 정신력이 쇠퇴한 상태에서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능력해진 노인들은 법으로나마 윤리적인 면에서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하며, 이는 사회적 과제이기도 하다. 노인들은 지금까지 사회를 이끌어 온 공헌자이기에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다. 은혜를 입은 자가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에는 윤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의무’가 내포돼 있다. 의무는 자생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것이다. 물론 자발적으로 노인을 보호한다면 좋겠지만, 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필자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노인공경을 사회의 최고가치기준으로 삼아 정책 입안에 있어서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어떨까. 국정을 수행할 때 어느 분야보다도 노인 관련 사안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 관한 문제 해결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늙는 것은 숙명이기 때문에 노인과 관련된 사항은 모든 인간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무언가에 속은 채로 세상을 살아간다고 한다. 연속되는 일상 속에서 막연하나마 어떤 기대감, 용기,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끝내 소망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하는 말이다. 무지개를 쫒아서 인생을 허덕이는 인생, 그러나 종국에는 아무 것도 잡지 못한 채 끝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면, 이런 가정을 해보자.

인간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던 기대와 희망이 실현 가능해지는 사회가 있다고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세에서 좌절할 지라도 내세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종교에 몰입한다. 비록 종교에서의 이상향과 같은 것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 일부분만이라도 현실에서 충족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리고 그 이상향이 노후에 실현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늙음에 대해 서글픔 대신 명예를 느끼게 될 것이다.

공장을 하나라도 더 지어 선진국이 되기도 힘든 상황에서 왜 투자효과 없는 노인 사업에 투자를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정치·경제·문화·교육의 부흥을 꾀하는 궁극의 목적은 무엇일까.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다. 빨리 선진국이 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언제까지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물질에만 예속되는 삶을 살 수는 없다. 사회지도자층은 우리의 10년 혹은 20년 후를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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