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고집 세고 불필요한 존재”
“노인은 고집 세고 불필요한 존재”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2.08.31 15:16
  • 호수 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V, 부정적 이미지 여전… “노인 시각으로 노인 봐야”

 각종 TV 프로그램은 여전히 노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켜 묘사하고 있어 인식개선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방송 프로그램이 노인을 무능력하고 부정적인 존재로 묘사, 편견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SBS 일일드라마 ‘그래도 당신’의 유석(윤문식 분)은 허풍과 허영이 심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장남 한준(김승수 분)이 고아 출신 순영(신은경 분)과 결혼하자 며느리에게 혹독한 시아버지 노릇을 한다. KBS 일일드라마 ‘별도 달도 따줄게’의 만호(김영철 분)도 고지식하고 다혈질인 아버지로 묘사되고 있다. 그는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는 성격으로, 자녀 세대의 주요 불화 원인이 된다.

이처럼 연속극 속의 어르신들은 주로 고집이 세고, 젊은 세대의 갈등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전막례(강부자 분)는 비교적 온순한 성격으로 묘사되지만, 역시 미신을 잘 믿는 인물로 그려진다. 전막례의 경우처럼, 악역이 아닐 경우, 역할 비중이 작고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나타난다.

전북대 김미정 교수(국문학)는 “TV 속 노인의 모습은 변화한 사회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TV 프로그램은 다시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가족제나 가부장제도가 약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어르신들의 위상과 세대 간 관계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며 “제작자들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까지 방영된 tvN ‘코미디빅리그2’의 ‘개통령’(김인석·강유미·이재훈·박휘순·김재우)팀은 코너 ‘죽어도 좋아’를 통해 노인대학생들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다. 허리가 굽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특징을 개그의 소재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노인들 사이의 따돌림, 폭력 등을 다뤘다.

김 교수는 “노인은 젊은 세대에게 ‘신체적 타자’로 그려진다. 나이가 들면 신체가 불편해지기 마련이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이라면서 “노인을 노인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모니터링 보고서는 방송 프로그램은 노인을 무능력한 존재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한다. 또, 사회에는 다양한 역할 모델이 있다는 점을 염두해 젊은층의 시각에서 노인의 역할을 규정하지 않도록 진중한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꼬집고 있다.
이다솜 기자 soyo@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