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수도서울 강남의 부끄러운 자화상
[확성기] 수도서울 강남의 부끄러운 자화상
  • 관리자
  • 승인 2012.09.28 17:22
  • 호수 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이 국내 최대 규모 기업형 룸살롱의 업주를 구속했다. 주식회사인 기업형 룸살롱 ‘어제오늘내일(YTT)’의 실소유주 김모씨는 상습적 성매매와 거액의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형제는 2010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1년 11개월간 YTT를 운영하면서 여성 종업원과 남성 손님들 사이에 8만8000회가 넘는 성매매를 알선했다고 한다. 이들은 또 세금 30억4800만원을 탈루하고 식품위생법 등도 위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YTT의 종업원이 여성 400~500명을 포함해 총 1000여명에 달하고 연간 매출액도 650억원을 넘는다니 가히 대기업 수준이다.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강남 한 복판에서 횡행한 기업형 성매매의 실태를 보면 기가 막힌다. 19층짜리 호텔건물과 지하층 전체가 성매매와 연결되는 유흥업소로 쓰였다니 세계 토픽감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지하 2층 통로에 대리석으로 위장한 비밀 문을 만들고 속칭 ‘2차’로 불리는 성매매 손님이 방을 정확히 찾을 수 있도록 층마다 안내 직원까지 배치했다고 한다. 수백명의 여종업원과 손님들은 특별법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불법 성매매를 일삼았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유명해진 강남의 한 복판에서 이런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외국인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울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다.

기업형 룸살롱이 이 정도 규모의 불법 성매매를 일삼는 행태는 단속 당국과의 유착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다. 관할 경찰이나 구청, 세무 당국 등이 어떻게 이런 대규모 불법행위를 방치하고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관련 공무원과 유흥업소간의 유착관계를 차단하지 않고서는 고질적인 불법 성매매를 뿌리 뽑긴 어렵다. 검찰은 YTT 사건을 계기로 강남 룸살롱과 단속 공무원간의 유착을 근절하겠다는 자세로 엄정하게 수사에 임해야 한다. 피라미드형으로 운영됐다는 1000여명의 종업원 가운데에도 불법행위가 두드러진 조직원들은 엄벌해야 한다. 강남에 룸살롱은 YTT 말고도 숱하게 많다. 단속망을 피해 비슷한 형태의 불법 성매매를 일삼는 유흥주점은 없는지 당국은 대대적인 합동단속에 나서야 한다.

룸살롱 등 유흥업소를 매개로 이뤄지는 불법 성매매는 최근 잇따르는 성폭력 문제에도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는 인식은 성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돈 있는 사람들은 강남 룸살롱에 가서 버젓이 성매매를 할 수 있는 현실이 성범죄자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성범죄는 욕구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성에 대한 사회 풍조나 문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서 대규모 성매매가 횡행하는 부끄러운 자화상은 이제라도 깨끗이 지워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