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령화(老齡化)서 노령화(勞齡化)로
[기고] 노령화(老齡化)서 노령화(勞齡化)로
  • 관리자
  • 승인 2012.11.02 13:25
  • 호수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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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도익 한국문인협회 홍천지부 회장

 노인 인구가 많아진다고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하락하고 수명은 길어져 자연히 노인 비율이 높아지는 것뿐이다. 한데 각종 매체들은 마치 큰일이 닥쳐온다는 식의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가 사람들을 우려로 몰고 가는 상황 속에서 가장 힘든 것은 바로 노인 당사자들이 아닐까.

노인이란 늙은 사람이라는 뜻인데, 요즘은 노인의 나이를 몇 세로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어르신들이 젊은이 못지않은 기력을 자랑한다. 단지 젊은 인력을 위해 한창 일할 수 있는 시기에 물러나 노인이라는 칭호를 받고 무료하게 지내는 사람들, 이들을 젊은 사람들이 부양해야 하는 짐으로 취급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효와 경로사상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르신을 편히 쉴 수 있게 해드리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그저 노인 공경에 역점을 둬 무료 음식이나 물품 제공, 또는 사회 각종 편의 제공에만 초점을 둔다. 정치인들도 ‘선심성 복지카드’를 마냥 긁어대 오히려 복지가 흘러넘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표를 모아야 하는 정치인에서부터 지방목민관까지 경로당에 모이는 어르신들의 표심 잡기에 여념이 없다. 복지 정책에는 생산성과 문화가 동반돼야 한다. 복지정책에 대한 약속어음은 정치인들이 발행했으나 국민이 갚아야할 채무인 것이다.

현재의 노인들은 기력이 떨어져 일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일할 여건이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황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나이제한 완화 정책은 노인들에게는 희망적인 일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대다수의 노인들은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해 일하는 보람과 자부심을 얻고자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을 연구해 노인 인력을 활용한다면, 참된 경로사상이 정립되고 생산성과 국민 건강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직장은 호봉 제도를 좀 더 과학적·사회적·인체공학적으로 연구해 실행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호봉이 계속 올라가는 사다리 호봉제 아래에서는, 연차와 나이가 많은 사람이 호봉이 높아 봉급만 많아지니 직장도 부담이 커진다. 당사자들 또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불명예를 안을 수밖에 없다.

호봉 곡선제를 도입해 왕성히 일할 나이에는 높은 호봉을 받고, 집안에서의 경제적 가중치가 가벼워지는 시점부터는 봉급이 다시 내려오는 제도를 택한다면, 정년을 따로 만들 필요도 없을 것이며 굳이 다니던 회사를 퇴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노인이 많아진다고 해서 힘든 미래를 점치기 보다는, 증가하는 고급 노동력을 활용해 국가와 사회, 더 나가서는 노인들의 삶을 복되게 하는 노동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청년실업 만큼 노인실업 역시 큰 문제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노인들의 인력과 시간을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정책이야 말로 늙은 정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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