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봉사의 향기, 행복한 노년, 힘찬 대한민국
[금요칼럼] 봉사의 향기, 행복한 노년, 힘찬 대한민국
  • 관리자
  • 승인 2012.11.02 13:26
  • 호수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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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란 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

 노인자원봉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면서 노년층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이들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전국노인자원봉사대축제’가 지난 10월 17일 대전에서 열렸다. 2007년에 시작해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에는 세종시를 포함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자원봉사활동 중인 노인자원봉사자 및 관계자 등 약 1200명이 참가했다.

올해 행사의 슬로건은 ‘노인자원봉사, 젊은 세대에게는 감동과 존경입니다’로, ‘노인자원봉사활동’이 단순히 노인들의 활동을 넘어 젊은 세대와 사회에 신노년 문화의 모델을 제시하는 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지난 5년 동안의 노인자원봉사활동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향후 15년의 노인자원봉사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였다.

다가올 2027년의 미래 비전을 ‘봉사의 향기, 행복한 노년, 힘찬 대한민국’으로 선포하고, 향후 15년의 노인자원봉사 목표를 제시했다. 그 구체적인 목표를 보면, 먼저 현재 5% 정도에 머물러 있는 노인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을 매년 1%씩 높여서 2027년까지 20%로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약 500만 명의 노인인구 중 노인자원봉사자는 그 5%에 해당하는 25만 명 가량으로, 2027년까지 100만 명의 노인자원봉사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약 20년 즉 8만 시간으로 추정되는 은퇴 후 시간 중 약 5%를 나 자신이 아닌 사회와 이웃을 위한 봉사에 쓰면서 자원봉사에 노후생활의 4000시간씩을 할애하는 것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노인자원봉사의 의미와 위상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는 이미 고령화 사회를 지나 고령사회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고 있고, 2060년경이면 국민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 된다. 이렇듯 초고령화된 사회에서 노인들의 자원봉사활동은 우리 사회의 생존전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인인구의 증가로 사회의 생산성은 떨어지는 반면, 사회와 개인이 져야 할 노인부양 부담은 더 증가할 것이다. 과중한 부양 부담으로 젊은 세대의 불만은 늘고 세대 간 갈등은 확대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생산연령인구의 수에 대한 노인인구의 수로 산출되는 수치화된 노인부양 부담 자체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 다행히도 심리적으로 노인부양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사회에서 노인들에게 허용되는 일자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설령 노인을 위한 일자리가 허용된다고 해도 노인 모두 생산 전선에 투입돼 생산성 제고에 앞장 설 수는 없다. 하지만 노인들의 자원봉사를 통한 사회 발전 기여에 주목하면 길이 보인다.

다시 말해, 인구 고령화로 부족해진 생산력은 기술력의 제고로 보충하고, 기술력으로 극복하기 어렵거나 경제적인 이윤 창출이 크지 않은 영역에서는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갖춘 노인들의 도움을 ‘자원봉사’라는 형태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일례로 젊은 여성인력이 안정적으로 일하려면 업무와 관련된 기술 혁신도 중요하지만, 일에 전념하도록 안정적인 보육과 가사 서비스, 그리고 가정생활에 대한 상담서비스 등의 제공이 중요하다. 바로 여기에 노인들의 지혜를 활용하는 것이다.

노인들은 무급 혹은 유급의 봉사활동을 통해 젊은 인력의 생산활동과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울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평생 현역’도 좋지만, 경제적 대가를 위한 노동에 전념했던 제1의 인생과 달리 나눔과 삶의 보람을 위한 봉사와 사회참여에 제2의 인생을 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임은 분명하다.

노인세대가 수적인 우세를 앞세워 세력화하며 자신들만의 이익을 주장하고 투쟁하는 소위 ‘그리디 기저즈’ (greedy geezers·‘탐욕스런 늙은이’라는 뜻의 노인 집단 이기주의를 나타내는 말)로 남게 된다면, 고령화된 우리 사회에는 절망의 그늘만이 짙게 드리울 것이다. 그러나 노인들이 다음 세대를 도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봉사의 손길로 앞장선다면, 고령화된 사회에서 오히려 더 큰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위대한 세대인 현재의 노년층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위대한 유산은 그들의 근면함과 성실함에 기반한 봉사의 감동이다.

앞으로 더 많은 어르신들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봉사의 향기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고 노년이 감동과 존경의 대상이 되며,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더욱 활기차고 힘차게 발전하기를. 또한 언젠가 ‘전국노인자원봉사대축제’에 1000명이 아닌 1만명 이상의 노인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대축제의 장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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