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감기인 줄 알았는데…
감염질환 사망원인 1위, 폐렴
단순 감기인 줄 알았는데…
감염질환 사망원인 1위, 폐렴
  • 특별취재팀
  • 승인 2012.11.02 13:54
  • 호수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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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임(63)씨는 지난해 이 맘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윤씨는 정기적으로 등산을 다니면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환절기에 감기도 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기침이 나오고 열이 나 약국에서 처방 받은 감기약을 먹고 쉬고 있었다. 밤이 되면서 열이 심하게 올랐고,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다. 연락이 되지 않아 이상히 여긴 딸이 집으로 찾아와, 쓰러져 있던 윤씨를 병원으로 옮긴 것이다. 3주를 꼬박 항생제를 복용한 뒤 겨우 퇴원할 수 있었다. 윤씨의 병명은 폐렴이었다.

 
폐렴, 50대 이상 감염질환 사망원인 1위
윤영임씨처럼 고열과 오한, 기침이 발생하는 경우 흔히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이 같은 증상들은 폐렴의 주요 증상이기도 하다. 감기와 증상이 유사하지만, 38.5도 이상 고열이 나거나 가슴의 통증을 동반한다면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호흡기 내과 정기석 교수는 “폐렴은 감기 증세와 비슷해 발견이 어렵지만, 노인의 경우 폐렴에 걸리면 환자의 대부분이 입원이 필요하고, 입원 기간도 성인에 비해 길다”고 말했다.

폐렴은 2011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 중 감염질환으로 인한 사망, 즉 외부로부터 몸속으로 세균이 침투해 일으킨 질환으로 인한 사망원인 1위이며, 전체 사망원인 중 6위다. 폐렴 사망자를 연령별로 보면, 50대 이상 성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97%가 넘는다. 50대 256명, 60대 631명, 70대 2224명, 80대 3770명으로 고령일수록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한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코미디언 백남봉씨 등 많은 인사들이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 때문에 고령자에게 ‘폐렴이 암보다 무서운 질환’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항생제 내성 탓 치료 어려워 예방이 최선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면 외부에서 몸속으로 침입한 균이 폐에서 염증을 일으켜 폐렴을 일으키기 쉽다. 호흡을 통해 외부와 접촉하는 폐는 고령일수록 폐의 섬모기능이 약해지고 세포의 수가 줄어 폐 기능이 떨어지게 돼 폐렴을 비롯한 폐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폐렴은 보통 50세 이상 성인에게 많이 발생하고, 특히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당뇨나 고혈압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더욱 취약한 폐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폐렴의 치료는 항생제를 기본으로 한다. 폐렴을 일으킨 원인균 종류를 확인해 그에 맞는 항생제를 처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폐렴 치료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항생제 처방으로 인해 항생제가 듣지 않는 폐렴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처방률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치인 23%보다 높은 28.4%로 다소 높은 편이다. 폐렴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폐렴구균 중 ‘6A’라고 이름 붙여진 폐렴구균 혈청형의 경우 적어도 3가지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A’가 발견되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더욱 큰 문제다. 이처럼 폐렴은 예후가 좋지 않고, 치료도 쉽지 않아 무엇보다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단백접합 폐렴구균 백신 1회 접종으로 폐렴 예방
폐렴구균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오래 전부터 접종돼 왔다. 하지만 국내에서 접종돼 온 성인용 폐렴구균 백신은 예방효과가 일관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백신의 예방 효과가 짧고, 그 효과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에 도입돼 접종된 다당질백신은 백신 접종 후 1년이 지나면 예방 효과가 감소하기 시작해 5년이 지나면 최대치의 7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 지속 시간이 짧으면 재접종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재접종 후에도 항체 형성이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는 성인의 경우도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한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국내에도 지난 5월,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이 도입됐다. 단백접합백신은 균과 단백질 운반체가 결합한 형태로 높은 면역 반응과 면역 기억을 유도한다. 50세 이상 성인은 1회 접종으로 백신에 포함된 폐렴구균으로 인한 폐렴 및 침습성 예방이 가능하다. 또,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 ‘6A’를 포함한 유일한 성인 폐렴구균백신이다.

독감예방접종과 함께 접종해야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 내과 정기석 교수는 “폐렴은 50세 이상 성인의 사망원인 중 유일하게 백신으로 예방 가능하다”며 “50세 이상 성인은 1회 접종으로 예방가능한 폐렴구균 백신의 접종이 필요하며, 특히 독감 예방접종과 함께 접종하면 폐렴으로 인한 사망 및 합병증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적 예방 효과가 증명된 백신으로 국가가 지원해야
최근 들어 폐렴으로 인한 질병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폐렴구균 예방접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독감 예방접종과 같이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정기예방접종에 포함시켜 국가 및 지자체가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기존에 도입됐던 다당질백신과 올해 출시된 단백접합백신 중 어떤 것을 접종 대상으로 정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다당질백신은 단백접합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지만, 폐렴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실제 유럽 등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권고하는 폐렴구균백신은 다당질백신에서 단백접합백신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국가가 단백접합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고혈압, 당뇨 등의 질환을 가진 폐렴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단백접합백신의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국가 차원의 폐렴구균 예방접종에 대해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성인백신접종위원회 정희진 교수(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는 “폐렴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이 높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논의이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에 따라 폐렴 예방 효과가 증명된 백신으로 접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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