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를 넘어 동반성장 사회로
[특별기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
경제민주화를 넘어 동반성장 사회로
[특별기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
  • 관리자
  • 승인 2012.11.02 14:02
  • 호수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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싣는 순서

①왜 경제민주화를 논하는가
②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③정치권의 경제민주화론과 한계
④근원적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상)
⑤경제민주화를 넘어 동반성장사회로


동반성장 사회는 기존의 정치, 경제, 사회, 대북정책, 외교정책을 새로운 방향으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시간제약으로 양극화 해소와 관련된 경제분야 동반성장 전략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동반성장은 사회의 양극화 해결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반복되는 서민가계의 불안을 극복하고, 예상되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부와 우리 국민 모두의 노력으로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지만, 그 과실은 소수 대기업에만 편중되어 사회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것이 일반적 공론입니다.

대기업들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영역을 넘어 외식사업, 웨딩사업과 떡볶이 순대장사와 같은 골목상권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사례에서 보듯이 이러한 경향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은 심각합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전체 매출(해외 매출 포함)은 우리나라 전체 GDP의 50%를 넘었습니다. 4년 전에는 GDP의 43% 수준이었습니다.

10대 그룹의 제조업 매출액은 전체 제조업 매출의 50%를 넘었고, 10대 그룹이 차지하는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절반을 넘었습니다. 또한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기업 세전(稅前) 순이익률은 2007년 7.9%에서 2010년 8.4%로 늘었지만, 중소기업은 3.8%에서 2.9%로 떨어졌습니다. 대기업은 갈수록 살찌고 중소기업은 여위고 있는 것입니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이자 갚고 임금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호소합니다.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도 거의 제자리걸음입니다.

그러나 식료품과 생필품 값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지 않고, 적게는 10%, 많게는 70%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전세는 구하기도 어렵고, 월세는 뜀박질을 하고 있어 근로자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재벌 대기업에 문제가 많은데도, 재벌 대기업을 배제하고 우리 경제의 앞날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경제시스템이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지향형 성장 패턴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순차적으로 이 구조를 바꾸어 나가야겠습니다만,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달라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적인 초우량기업들과 경쟁하려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에서 경제개혁 논의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 곧 혁신적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 기업들의 창조적 역량은 결코 충분하지 않습니다.

창조적 혁신역량이 하루아침에 생길 수도 없습니다. 자꾸 가격 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고, 그 결과 부품 가격을 인하해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싶은 욕구와 압력이 계속 생깁니다. 이런 과정에서 협력기업들은 가혹한 가격조정을 감내하도록 요구받아 왔습니다.

저는 이런 차원에서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상력의 격차와 불공정 거래 관행의 현실을 감안하여,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불균형을 현실적으로 보정할 수 있는 수단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초과이익 공유제’입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들을 총력 동원해서 상당한 정도의 초과이익이 발생했다면, 그 중의 일정 부분은 임직원을 위한 인센티브로 사용하되, 다른 일정 부분은 협력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서 쓰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실현가능성이 더 높은 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동반성장의 수단으로 ‘이익공유제’를 제안한 배경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초과이익 공유제를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업의 자본이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어가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의 활성화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국민들의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신뢰회복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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