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치매환자·장애인 비극 두고만 볼건가
[확성기] 치매환자·장애인 비극 두고만 볼건가
  • 관리자
  • 승인 2012.11.02 14:03
  • 호수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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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돌봐온 78세 노인이 간병의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를 살해하는 일이 있었다. 또,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는 남동생(11)을 돌보던 13살 어린이가 불길 속에서 동생을 구하려다 중태에 빠지는 일도 벌어졌다.

잇따르는 이런 비극들은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는 한국사회가 아직도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도대체 뇌병변 1급 장애인 동생을 왜 13살짜리 누나가 돌봐야만 한단 말인가. 정상적인 어린이도 부모없이 놔두면 범죄나 사고를 당하기 십상인데 중증 장애아를 어린이 홀로 돌보도록 방치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치매 아내를 살해한 이모(78)씨 역시 2년간 병시중을 도맡아 하다 살인 참극에 이르고 말았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치매 환자의 병간호를 가족에게만 떠맡긴 결과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치매환자는 이미 53만여명에 달하고 2025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런데도 치매환자의 72%는 가족이 돌보는 실정이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의 덫에 걸리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지금처럼 가족에게만 맡겨둔다면 ‘간병 살인’의 비극 역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은 251만여명에 달한다. 장애계에서는 이들 중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을 약 40만명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각종 제약으로 실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5만여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가족이 있는 장애인의 서비스 시간은 월 최대 103시간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보조 서비스를 늘리지 않는 한 비슷한 비극을 막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정부와 사회가 나서지 않으면 비슷한 비극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복지의 확대를 공약하고 있다. 국민이 행복한 세상,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려면 가난하고 힘들고 병든 이웃을 보살피는 정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학교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도 필요하겠지만 눈앞의 장애와 병마에 시달리는 수백만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돌보는 정책은 훨씬 더 시급하다. 대선 후보들은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복지공약을 남발할게 아니라 가난하고 병들고 뒤처진 사람들도 진정으로 더불어 살 수 있는,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복지공약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장애인과 치매문제에 대한 대책은 그 중에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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