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희망과 정이 넘치는 쪽방촌
[기고] 희망과 정이 넘치는 쪽방촌
  • 관리자
  • 승인 2012.11.30 11:57
  • 호수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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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나 동대문쪽방상담센터 소장

 ‘쪽방’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눠 한 두 사람 들어갈 크기로 만들어 놓는 방으로, 보통 3㎡ 전후의 작은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나온다.

동대문 쪽방도 0.5~1.5평 정도의 방이 대부분이다.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인다면, 쪽방이라 함은 개인 위생시설이 없이 공동 화장실, 공동 수돗가를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한 평도 안 되는 방안에서 휴대용버너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런 쪽방이 전국 10군데, 서울만 5군데로 밀집해 있다. 그 외에도 서울 곳곳에 쪽방이라고 할 수 있는 곳들이 조금씩 있는 것으로 안다.

쪽방 주민 대부분은 일용직 근로자나 공공근로자, 미화원, 파출부, 폐지수거 등을 하면서 생활해 간다. 또, 많은 분들이 질병으로 인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정말 견디기 힘들어졌을 때서야 병원을 가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생활하지만,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사는 분들도 참 많다.

월 4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아서 매입 임대주택으로 이사 가기 위해 조금씩 저축하기도 하고, 전단지 붙여 받은 월급을 저축하는 분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쪽방이 가난하고 어둡고 침체된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옛날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정이 넘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옆집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어디가 아픈지, 일은 다니고 있는지, 세세하게 다 알고 지내서 말 그대로 이웃사촌 같다. 이웃이 더 무섭다고 하는 각박한 요즘 세상과 쪽방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웃과 함께 부침개도 함께 해 먹고, 장을 보고 오면서 이웃을 만나면 “한 번 드셔보세요” 하며 먹을 것을 건네주는 것이 일상적이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옛말을 실감하게 하는 광경이다. 또, 옆방 사람이 아프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도 하고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상담소로 연락해 도와줘야 될 사람이 있다고 알리기도 한다.

햇볕이 좋을 때 쪽방 동네에 나가보면, 집 앞 골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 커피를 내와 나눠 마시는 풍경도 자주 볼 수 있다. 이처럼 정이 넘쳐나는 곳에 있다 보니 다른 데로 이사 갔다가 외로워 다시 오는 분들도 종종 있다.

오늘도 천호동 지역 매입임대주택으로 이사 간 분이 추운데 잘 지내고 있는지 쪽방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묻기 위해 안부 차 전화를 하기도 했다. 그러니 어찌 쪽방이 어두운 지역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박지성 선수가 쓴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라는 책에는 ‘즐기지 못하면 행복하지 않고 내가 행복하지 못하면 남들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라는 글귀가 나온다. 비록 경제적인 여건으로 인해 소외돼 있지만, 사회는 이처럼 정이 많은 쪽방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사회에 나갈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우리 이웃들도 나누고 베풀어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 융화돼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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