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밥이 보약이다
[금요칼럼] 밥이 보약이다
  • 관리자
  • 승인 2012.12.14 15:16
  • 호수 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정란 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

 밥이 보약이란 말이 있다. 무엇보다도 잘 먹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란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말도 너무 없이 살아서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기 힘들었던 옛날의 이야기다.

요즘은 적게 먹어야 오래 산다고도 하고, 심지어 최근에는 1일 1식의 식습관을 실천하자는 운동까지 생겨나고 있다. 먹을 게 너무 흔해진 요즘 세상에는 굶어 죽는 경우보다는 반대로 너무 많이 먹어 비만이나 각종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식(小食)의 원칙이 누구에게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노년기에는 무조건적인 소식을 경계해야 한다.

노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원칙을 들자면, 잘 먹는 것과 올바로 먹는 것이다.

첫째,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은 필요한 영양소를 식품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골고루 적당량 먹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녀들이 모두 출가하고 노부부만 혹은 노인 혼자만 남게 되면, 이것저것 반찬을 해서 상을 보기 귀찮다는 이유로 대충 차려 대충 먹는 것이 습관처럼 돼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고추장에 밥만 비벼서 혹은 김치 하나에 대충 몇 술 뜨는 것으로 끼니를 떼우다 보면 요즘처럼 먹을 게 지천인 시대에 영양실조에 걸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영양소 섭취 부족 소위 영양실조에 걸린 노인 비율이 20.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어르신들의 영양소 섭취상태를 살펴보면, 섬유소, 칼슘, 단백질 등의 영양소 섭취는 부족한 반면 나트륨 섭취는 기준치보다 많다고 한다. 노년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과일과 채소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뿐 아니라 섬유소가 많이 들어있어서 노인성 변비를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단, 과일에는 당분이 많기 때문에 가급적 늦은 저녁이나 취침 직전에는 삼가는 것이 좋고, 가능하면 저녁보다는 아침에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면역력 강화에 좋은 단백질과 양질의 지방도 적당히 섭취해야 하는데, 지방질이 적은 육류나 등 푸른 생선 그리고 계란과 콩 및 콩제품 등을 매일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노년에는 뼈가 약해지기 때문에 칼슘의 보충이 매우 중요한데, 우유나 유제품은 하루 1회 이상 섭취하되, 익숙하지 않아서 우유를 소화하기 힘든 경우에는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거나 스프나 밥 등 음식에 우유를 넣어 조리해 섭취하는 것도 좋다.

두 번째 원칙은 올바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의 식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영양의 균형만이 아니라, 음식을 조리하거나 보관할 때의 위생 및 안전이 더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특히 노년기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 식품의 보관이나 조리 시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배탈 및 식중독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위생의 실천은 식사 전과 외출 후 손 씻기부터다. 또 가공식품을 구입하거나 섭취할 때는 반드시 포장상태와 유통기한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간혹 포장재 겉면에 적힌 유통기한 표기를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구입시 판매원에게 유통기한을 직접 확인하고, 보관할 때는 유통기한이 비슷한 식품끼리 봉투에 함께 묶어 겉면에 날짜를 적어서 보관하면 편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식품을 구입할 때 가급적 소포장 단위로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냉동보관에 대해 너무 맹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냉동식품이라고 세균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냉동식품 역시 유통기한을 확인해 너무 오래 보관하지 않도록 하고, 해동 시에는 상온에서 해동하는 것보다는 냉장고에 꺼내두거나 전자레인지의 해동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러한 두 가지 원칙에 한 가지를 더 보탠다면, 잘 그리고 올바로 먹되 즐겁게 먹어야 한다. 즐겁게 먹으려면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여럿이 어울려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로당에 동네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하는 것도 좋고, 근처 노인복지관의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내 집에 이웃이나 친구들을 불러 함께 식사를 나누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서 정히 혼자서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기분 좋은 음악이나 재미있는 TV 혹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친구 삼아도 좋을 것이다.

노년에 이르면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먹는 경우가 더 많겠지만, 그래도 먹기 위해 사는 것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한다면 다소 영양이 부족한 한 끼 밥상도 보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사회가 발전했다고 해도 여전히 밥 만한 보약은 찾기 힘들다. 매일 하루 세끼씩이나 먹는 밥을 얼마나 잘, 올바로, 그리고 즐겁게 먹느냐에 노년의 건강과 장수가 달려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