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호 기자의 뉴스브리핑] ‘담뱃값 인상’ 찬반 논란 뜨겁다
[안종호 기자의 뉴스브리핑] ‘담뱃값 인상’ 찬반 논란 뜨겁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3.03.22 11:13
  • 호수 3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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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을 명분으로 한 여당과 정부 주도의 ‘담뱃값 인상론’에 대한 찬반 양론이 뜨겁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담뱃값 인상폭 및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김재원 의원은 지방세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로 “조기 사망과 간접 흡연을 포함한 흡연으로 인한 피해금액은 연간 10조원에 달하고,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수도 연간 3만명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 5229명보다 6배나 많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 흡연인구 감소를 위해 2005년 이후 8년간 인상되지 않았던 담배가격을 인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간접 증세인 담뱃값 인상론은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국책연구기관, 금연 단체 등이 가세하며 확산되고 있다. 대한금연학회와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지난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담뱃값 5000원 인상 제안서를 제출했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담뱃값 인상 필요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흡연 당사자뿐 아니라 흡연으로 인한 간접피해까지 방지할 수 있어 국민 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영호 보건사회연구원 실장은 “가격이 10% 늘었을 때 담배 소비가 3.6% 또는 4%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담배 소비량이 연간 12억8000갑(29.3%) 줄어들고, 47.8%에 달하는 성인 남성 흡연율이 3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게 되는 조세의 ‘역진성’과 물가 문제를 언급한다. 담배는 서민들이 많이 구매하는 품목인데 담배에 붙는 조세부담액은 소득과 상관없이 똑같은 세금을 납부하게 돼 헌법상 조세공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반 서민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2010년 기획재정부가 추진했던 담뱃값 인상 논의가 좌절된 원인도 ‘부자 감세’로 발생된 재정 부족문제를 서민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물가 문제도 우려된다. 각종 소비재의 가격 인상으로 체감 경기가 어렵고 물가도 불안한 현재 상황에서 담뱃값을 올릴 경우 부담이 엄청나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담뱃값을 현행보다 2배 인상하면 물가상승률이 0.8%포인트 높아질 정도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 반대측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담뱃값 인상이 현 정부의 세수확보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복지재원 마련이 시급한 박근혜 정부가 ‘품’을 덜 들이고, 효과적으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담배세’를 인상한다는 것. 실제로 현재 시판 중인 2500원짜리 담배에는 각종 세금, 부담금 등 담배가격의 62%인 1549.77원의 세금이 붙는다. 한해 담배에 붙는 조세 총액은 부담금을 포함해 약 7조원 가량이다. 담배소비세(641원), 지방교육세(320.50원), 부가가치세(227.27원) 등 세금 1188.77원이 붙는 셈이다.
만약 담뱃값이 4500원으로 인상될 경우(40억갑 기준),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조1680억원, 소비세·부가가치세 2조1120억원, 지방교육세 1조560억원 등 매해 약 8조원의 추가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이는 박 대통령 재임기간 5년 동안 필요한 복지재원 약 135조원의 3분의 1인 약 40조원을 마련할 수 있는 상당한 금액이다.
최근 담뱃값 인상 반대 의견을 밝힌 한국납세자연맹은 “담뱃값 인상, 소득공제축소, 새로운 소득공제신설 억제, 유류세 인하 거부 등을 통해 힘 없고 만만한 서민들이 복지재원의 상당액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라고 역설했다.
담뱃값 인상논란은 다른 공산품과 달리 담배사업의 수익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이뤄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오히려 국민건강, 재원확보 등 외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담뱃값을 올리는 문제는 결과보다 과정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처가 담뱃값 인상을 주장하려면 절차와 발상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순서다. 복지부는 담뱃값을 올리면 소비가 얼마나 줄 것인지, 국민건강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복지 재원확보에 골몰하는 인상을 남겨서는 안 된다. 정부는 복지재원 확보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건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보다 효과적인 금연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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