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호 기자의 뉴스브리핑] 사회복지사 잇단 자살 왜?
[안종호 기자의 뉴스브리핑] 사회복지사 잇단 자살 왜?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3.03.29 15:00
  • 호수 3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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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9일, 울산의 사회복지사 안모(36)씨가 과도한 업무량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3개월 사이 안 씨와 같은 사회복지직 공무원 3명이 업무과다를 이유로 숨지면서 그 파장은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선진복지국가를 추구하는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과도한 업무량을 들 수 있다. 현재 읍·면·동 등 행정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보건복지, 기획재정부 등 13개 부처 292개 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사회복지 공무원 한 명이 1000명의 인원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배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복지전담 공무원 7000명을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2010년 수요조사에 기반한 것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사회복지 공무원은 기본 민원처리를 비롯해 공공부조와 장애연금, 기초노령연금, 장기요양·생활보조 등 많은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다. 여기에 보육·양육수당 지원, 교육비 지원 등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사업업무는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들의 복지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관련 민원이 폭증하는 것도 이들의 업무 스트레스를 증폭시킨 요인으로 작용한다.
열악한 업무환경이나 처우도 개선돼야 할 사항 중 하나다. 휴일근무, 야간근로 등이 늘어도 이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직률 또한 높게 나타난다. 201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복지사의 약 42%가 이직을 고려 중이며, 43%는 이직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 경력 기간도 2000년도에는 평균 9.6년이었지만 2008년에는 4.6년으로 줄었다. 복지현장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복지공무원들이 정작 자신의 복지와 인권은 지키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셈이다.
최근 동료들의 죽음이 잇따르자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섰다. 인력충원과 처우개선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동료의 ‘극단적 선택’을 막아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3월 25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자살한 동료를 추모하고 구조적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검정색 근조리본을 달고 근무에 들어갔다.
전문가들도 복지직 공무원들의 업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경 전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은 “사회복지직 공무원에게 모든 복지업무가 몰리는 현재의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모방자살, 즉 ‘베르테르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촘촘해진 사회안전망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현장에서 정책을 집행하고 모니터링하는 이들의 기본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맞춤형 복지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를 강조해 왔다. 그래서 국민들은 첫 여성 대통령이 이끌 역대 최고의 복지정부에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정작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보지 못한 것 같다. 좋은 복지정책이 나와도 이를 실천하고 전달할 복지 공무원이 무너지면 허사(虛事)에 불과하다. 하루 속히 사회복지직 인력의 충원과 처우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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