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자녀 돌보는 천사 남매
저소득층 자녀 돌보는 천사 남매
  • 이미정
  • 승인 2007.01.12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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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50명, 식사 제공하며 공부시켜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없어질 때까지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살고 있는 남매가 월급을 털어 공부방을 마련한 뒤 저소득층가정 자녀들의 방과 후 수업을 도와주고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집에 홀로 있어야 하는 아이들을 밤늦게까지 돌봐주고 있어 주위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


화재의 주인공은 이석재(37·회사원)씨와 복실(42·주부)씨 남매. 안양 동안지역아동센터 대표와 원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이들 남매가 처음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초다.


외국계 회사 직원이던 석재씨는 저소득층 가정이 유독 많은 안양 동안구내 한 마을에서 자취를 하다 이 마을 어린이 상당수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부모들이 돈벌이를 위해 아침 일찍 나가고 밤늦게 들어오는 집에서 방과 후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지내는 것을 보고 작은 힘이나마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석재씨는 이때부터 집을 하나 얻어 인근에 살고 있는 누나에게 도움을 청한 뒤 한 두 명의 아이들을 방과 후 불러 보살피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선행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몇 개월 후에는 찾아오는 아이들이 20명을 넘어섰다.


석재씨는 누나 복실씨와 함께 이 아이들을 돌보고 공부도 가르쳤으며 식사도 제공했다. 비용은 자신이 받는 월급으로 충당했다.


이씨 남매는 어린이들이 점차 늘어 집이 비좁아지자 지난해 3월 인근 아파트 상가 60평을 임대해 동안지역아동센터라는 공부방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이 아동센터에는 중학교 1학년 이하 학생 50여명이 매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찾아와 식사도 하고 다양한 과목의 공부도 하며 늦은 밤까지 놀다 귀가한다.


아동센터에서는 현재 현직 교사와 대학생 등 15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영어·수학·국어 등은 물론 바이올린, 피아노, 논술 등 다양한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태권도 학원을 다니고 싶어 하는 20여명의 학생에게는 학원비까지 지원해 다니도록 하고 있고 학생들에게 점심은 물론 부모님이 늦게 귀가하는 가정의 아이들은 밤 9시까지 센터에서 돌보며 저녁까지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아동센터에 나온다는 이모(14·중1)양은 “전에는 학교를 끝내고 집에 오면 밤 12시 넘어야 오는 엄마를 기다리며 혼자 지냈는데 이곳에 온 뒤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놀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지자체에서 일부 지원금도 나오고 30여명의 후원자들도 생겨나 요즘 운영비에 다소 여유가 생겼고, 주위 병원 등에서는 매월 이곳 어린이들에게 건강검진도 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씨 남매는 후원금을 1인당 1만원 이상 받지 않고 있으며, 동생 석재씨는 여전히 월급의 절반을 아동센터 운영비로 지출하고 있다.


“결혼은 아직”이라고 말하는 석재씨는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이 다른 부유한 가정 아이들처럼 방과 후 다양한 특별활동도 하고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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