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사꾼 박태진의 황토이야기(23) 천연 발효실·저장고 토굴
유기농사꾼 박태진의 황토이야기(23) 천연 발효실·저장고 토굴
  • 박태진
  • 승인 2013.04.05 11:56
  • 호수 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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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농작물 저장고로 쓰임새 다양
구들만 잘 놓으면 ‘임시 거실’ 활용도


농작물 수확이 끝나면 그 농작물을 어떻게 잘 저장할 수 있을까 고민이 생긴다. 이때, 토굴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토굴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천연 저장고다. 또, 1년 내내 일정한 온도가 유지돼 저온발효실이 된다. 이 저온발효로 몸에 좋은 효소가 생성되며 맛도 좋아진다. 특히 이 저온발효법을 잘 활용하면 겨울에 저장해 놓은 고구마·당근·생강·도라지·연근·돼지감자·우엉·토란·야콘 등의 농작물을 시장가치가 높아졌을 때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
토굴은 굴을 파 들어가는 유형에 따라 수직토굴, 수평토굴로 나뉜다. 수직토굴을 파려면 우선, 땅을 수직으로 3m정도 파 내려간 뒤 발을 딛고 내려갈 수 있는 디딤 구멍을 만든다. 어느 정도 수직으로 내려갔다면 다시 수평으로 두 세 갈래 토굴을 판다. 수직으로 파 내려간 부분까지 이동통로가 되고, 수평으로 파 들어간 자리가 저장고로 쓸 부분이다. 수직 토굴에서 다시 양옆으로 수평 토굴을 파 들어갈 때 마당 쪽보다는 빗물로 인한 습도 등을 막을 수 있는 집 아래쪽으로 파는 것이 좋다.
다음은 수평토굴이다. 수평으로 토굴을 팔 때는 위치선정이 중요하다. 지상으로부터 최소 5m 이상 언덕을 선택해 파는 것이 좋다. 2m 정도 높이 토굴을 팔 때 윗부분에 최소한 3m 정도는 흙이 쌓여 있어야 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나무뿌리가 토굴까지 미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토굴작업 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짬선’이다. 짬선이란 서로 다른 흙 성분이 맞닿은 곳을 뜻한다. 토굴을 팔 때 가로로 짬선이 나오면 짬선까지 둥글게 파는 것이 안전하다. 토굴벽에 짬선이 보일 경우 그 결을 피해 구불구불하게 파야 토굴이 무너지지 않는다. 또, 돌이 나오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돌이 냉기와 수분을 머금고 있어 비가 오면 돌을 통해 물이 들어와 토굴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큰 토굴을 만드는 게 부담스럽다면 배추나 무를 저장하는 소규모 움굴이 적격이다. 움굴은 훌륭한 간이 저장고다. 잎작물(엽채류)은 저장할 일 없이 바로 먹을 것 같지만,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한다거나 비나 햇빛에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전 수확하기 위해 한 번에 뽑아 놓아야 할 경우가 생기곤 한다. 이런 경우 움굴을 이용하면 된다. 움굴에 작물을 저장하기 전 우선, 밭에 너비 1m 정도 깊이의 굴을 파고 대나무를 깔아야 한다. 그 뒤 움굴에 작물을 저장한다.
그러나 모든 작물을 움굴에 넣는다고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작물에 따라 저장법이 다르다. 우선 배추는 몸통을 거꾸로 해 뿌리를 대나무에 묶어 이파리가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매단다. 그리고 그 위에 흙을 덮으면 신선도가 오래간다. 무는 구덩이를 판 다음 이파리 부분과 뿌리의 생장점을 잘 자르고 묻는다. 너무 많이 남기면 잎이 막 자라나 속에 바람이 들어 맛이 떨어진다. 또, 너무 생장점을 많이 잘라도 썩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잘라 구덩이에 넣고 공기구멍만 뚫어 짚단으로 막아놓고 보관한다.
지금까지 농산물 저장고로서의 토굴을 설명했다. 그러나 여름에는 특유의 시원함을 활용해 토굴을 피서장소로 활용할 수도 있다. 혹은 찜질방이나 구들을 놓아 흙집으로 사용할 수 있다. 토굴을 활용한 수익사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토굴을 응용한 흙집은 구들만 잘 놓으면 주거용으로도 손색없을 정도다. 또, 임시거실로도 활용할 수 있다. 탁 트인 공간에서 이야기 할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토굴관리를 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전기다. 전기시설이 합선되지 않도록 반드시 출입시만 전기를 켜고, 평소에는 전원을 차단해둔다. 습기로 합선되거나 전원이 나가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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