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포럼-‘노인자살, 해결책은 있는가?’
고령사회포럼-‘노인자살, 해결책은 있는가?’
  • 박영선
  • 승인 2007.01.19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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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시도자 사후관리제도 필요

사별·신체질환·경제적 어려움 등 큰 영향
우울증 등 치료 지속적인 관리 제공해야

 

 

          배재남 교수                서동우 박사               이지전 박사

       (인하대 의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인력개발원)

                                                           

 

(사)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산하 고령사회포럼위원회가 지난달 6일 대우센터 2층 컨벤션홀에서 ‘노인자살, 해결책은 있는가 ’라는 주제로 제12회 고령사회포럼을 개최했다.

 

노인자살의 원인을 규명하고 노인의 자살이 사회에 문제를 안겨주는 이유를 심도 있게 분석, 대안을 제시하고자 마련된 이날 포럼에서는 배재남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가 주제를 발표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동우 박사와 한국보건인력개발원 이지전 박사가 지정 토론에 참여했다.

 

고령사회포럼 연병길 회장(한림대 의대 교수)은 인사말에서 “최근 노인의 자살에 대한 관심과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다른 연령층에 비해 미진하다”며 “노인의 자살률은 다른 어느 연령층 보다 높고, 그 원인이 복합적이어서 현상과 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5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6.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특히 60대 54.6명, 70대 80.2명, 80세 이상에서는 127명으로 노인 인구의 자살률이 20대 17.7명과 30대 21.8명 등 젊은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자살 수행 비율 4대 1로 치명적

 

배재남 인하대 의대 교수는 “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노인복지 정책의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노인자살은 일반적인 성인의 자살과 비교할 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젊은 집단에서의 자살 시도 대 자살 수행의 비율은 200대 1인 반면, 노인자살은 4대 1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노인들의 경우 다른 연령층에 비해 사별을 여러 차례 경험하고, 만성적인 신체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퇴직 및 소득원의 감소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어 자살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자살한 노인의 50~78%에서 자살 당시 우울증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런 경향은 고연령층의 노인에게 더 많이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 교수는 “노인의 경우 젊은층과 달리 자살의도를 노출하지 않는 경향이 많고, 또 노인의 우울증을 노화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가족들의 태도로 인해 적절한 시기에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이에 따라 노인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프로그램을 개발해 노인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주요한 과제”라며 “지역 거점별로 노인자살 예방센터의 설립 및 노인전용 상담서비스, 노인 전문 교육프로그램 등을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자살자의 50~78% 우울증 겪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동우 박사는 배 교수의 발표 내용에 덧붙여, “노인자살은 그 특성상 ‘합리적 자살’이 많으며, 자살시도 방법도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즉 노인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동안 얻게 되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비교해 부정적 측면이 심대하게 클 경우 ‘합리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 박사는 이어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자살 시도자에 대한 사후관리 체계를 가장 효과적인 자살예방 대책으로 권장하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살 시도자에 대한 사후관리체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우울증 등 정신건강문제에 대한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박사는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전국에 국민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정신보건센터를 설치·운영하면서 노인자살문제를 주요 사업 중의 하나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단계로 지역 내 자살문제를 독립적으로 다루는 지역사회 자살예방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마지막으로 노인인구 증가 및 보건복지 예산의 증가 속도에 맞춰 노인자살예방센터로 분화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이지전 박사는 “흔히 자살은 해결책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해결책은 있으며, 단지 그 해결책이 공유되고 있지 못할 뿐”이라며 “실제 국가 단위의 분석에서 자살률을 낮춘 자살 예방 사례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 박사에 따르면 전국 60세 이상 400명의 표본을 추출해 ‘노인들의 자살에 대한 생각’을 조사·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29명(7.25%)이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중 5명(1.25%)이 최근 1년간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으며,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노인들 중 2명은 약물치료와 신경정신과 치료를, 3명은 아무런 사후 관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박사는 “노인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지지와 신체적 건강,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정신건강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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