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 대립구도 넘어 화합적 사회로
이분법적 대립구도 넘어 화합적 사회로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3.04.19 10:42
  • 호수 3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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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학회 ‘복지’ 심포지엄 개최
▲ 한국사회학회는 4월 12일 정치, 종교, 과학 등 각 분야 사회학자와 국회의원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2013년 심포지엄을 열었다. 조준우 기자

‘선성장 후분배’ 이론 현실과 맞지 않아
장기요양 적용대상 70만명까지 늘려야
복지수준 높은 나라일수록 범죄율 낮아

국내 사회학자 1200여명이 모인 한국사회학회(학회장 정진성)가 오로지 ‘복지’만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지난 4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사회의 창의적 디자인 모색:화합적 사회를 위한 복지’를 주제로 열린 2013년도 심포지엄에는 정치, 종교, 과학, 인구, 가족 각 분야 사회학자들과 국회의원 30여명이 참여해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의 이분법적 대립 구도를 넘어 화합적 사회를 위한 복지 해법을 모색했다.
김동광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 교수는 지금까지 과학기술 정책은 공리주의적 모형에 근거해 공적 자금 혜택이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을 정당화시켰지만, 전체적인 복지를 키워 부유한 자가 더 부유해져도 그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을 가난한 자들에게 재분배하면 평등이 이뤄진다는 ‘선성장 후분배’ 이론은 공적 의료보험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미국을 보더라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따라서 과학정책 수립시에 처음부터 분배를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김환석 국민대 교수는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사회적 불평등이 늘어나는 현상은 과학활동이 고도화될수록 재생산 내지 증폭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분배를 고려하지 않은 과학기술발전은 복지문제를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개인 삶의 위험이 가족을 통해 감소되기보다 오히려 가족에게 위험이 연결되고 사회적 위험으로 흐르는 구조가 보편화되는 경향이라며 아동과 노인 돌보기의 연대와 분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오늘날 가족정책의 사명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급속하게 증가하는 1인가구나 만혼 경향, 출산회피 현실에 대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지원방안은 가족정책 틀 내에서 제공할 수 없고, 특히 출산율 저하는 단순한 인구정책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아동 청소년 노인 여성별로 따로 추진되는 정책 하에서는 개인 위험→가족 위험→사회 위험으로 흐르는 가족의 중층적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중산층 전업주부의 지나친 아이 돌봄도, 맞벌이 주부의 부족한 돌봄도 모두 돌봄의 위기라며, 가족 삶의 안정성을 사회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가족정책이 필요하다는 김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손자녀를 돌보아주는 할머니에게 손주돌보미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가용 예산의 편중으로 사회적 보육시스템 구축을 어렵게 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료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경섭 서울대 교수는 장기요양보험 적용대상을 현재 노인 5.6%, 33만명에서 노인 4만명과 차상위계층 포함 56만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지만, 적어도 2017년까지 70만명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치매나 취약계층 노인 외에 서민들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 교수는 또 기초노령연금을 소득과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안은 50세 인구층에서 가입기간이 짧을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게 되는데, 그렇다면 주로 노동시장 하층에 위치한 취약계층이 연금액이 삭감될 확률이 높다며 연금개혁안에 대한 학계와 시민사회, 정치권의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금을 지급할 예산에 대한 고민도 나왔다. 이찬진 변호사는 2013년 현재 예산을 기준으로 할 경우 기초연금 지급에 드는 신규 추가 재원은 국비 11조원, 지방비 4조5000억원이 별도로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5년간 총 65조원의 복지재원 조성방안으로는 기초연금 재원을 대기에도 부족하다고 우려하며 복지재정을 ‘3대 개혁’을 통해 상당기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1년 기준 민주당의 보편복지재원조달방안에 따르면 재정·복지·조세개혁을 통해 얻어지는 추가재원이 연평균 32조9500억원에 달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범죄에 복지가 개입하면 형법사범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와 주목된다.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위원은 취약계층의 범죄자가 그들보다 더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며, 범죄예방정책에 복지를 개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범죄 발생 원인을 고민하지 않고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처분만으로 범죄를 감소시키려는 폭탄돌리기와 같은 모습이 우리나라 형사정책이라며 사회적 약자가 범죄자와 피해자로 변하는 것을 막는 제도와 자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준 국민대 교수는 연구결과를 갖고 박 위원의 주장에 동조했다. 신 교수는 메스너와 로젠펠드가 1997년 수행한 국가간 비교연구 결과를 보면 복지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살인율도 낮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높은 범죄율을 유발하는 우리 사회의 황금지상주의 문화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수준높은 복지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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