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갑을’ 해법으로 ‘선비정신 회복’ 등장
[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갑을’ 해법으로 ‘선비정신 회복’ 등장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3.05.31 11:00
  • 호수 3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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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포스코 간부가 해외출장 중 라면이 덜 끓었다며 스튜어디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사실이 뉴스보도를 타고 세간에 알려지면서다.
4월 15일 한 항공사 비즈니스석에 탑승한 포스코 임원은 기내식이 제공되자 밥이 설익었다며 라면을 끓여올 것을 요구했고 라면이 나오자 이번에도 덜 익었다며 다시 끓여오라고 요구했다. 승무원이 두 번째 라면을 준비하는 중 ‘왜 늦느냐’며 들고 있던 잡지책으로 승무원의 이마를 내리치는 폭행과 폭언을 한 사건이다. 이 임원은 기내에서 10시간 넘게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라면상무’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엔 ‘빵 회장’이 화제가 됐다. 프라임베이커리 강수태 회장이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주차문제로 주차관리원을 때린 사건은 각종 패러디물까지 나오는 등 한동안 화제가 됐다.
곧이어 남양유업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퍼부은 폭언 녹취록이 공개되고 우유 유통업체의 밀어내기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녹취록은 남양유업의 30대 영업소장과 50대 대리점주의 통화 내용이 담긴 것이다. 남양유업 영업소장이 2010년 당시 대리점 사장에게 구매 확대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물건을 강매하는 듯한 어투와 욕설, 막말을 퍼붓는 생생한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영업소장은 대리점주에게 ‘죽여버리겠다, 나가든가 ××놈아, 당신이 한 게 뭐가 있어, 맞짱 뜨려면 회사로 들어오던가 개××야’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남양유업을 비롯해 서울우유, 한국야쿠르트 등 우유 유통업계의 밀어내기 실태 조사에 착수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전통주 제조업체 배상면주가의 40대 대리점주가 물량 밀어내기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 사건으로 우유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관행화돼 있는 ‘갑을관계’가 집중 조명을 받게 됐다.
우월지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와 그에 굴복해야 하는 을의 관계는 어제오늘 생긴 일이 아닌데 왜 갑자기 사회 이슈로 등장했는지, 그 이유로 전문가들은 사회제도와 실종된 윤리의식을 지적한다.
한 사회전문가는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공하기 힘든 문화와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력과 인성이 아니라 과대포장과 조직 내 절대권력자인 ‘수퍼갑’에 대한 충성이 개인의 성공향방을 결정하는 주요잣대로 이용하도록 사회가 용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선비정신이 실종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라도 ‘측은지심’을 갖고 을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폭동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을의 얘기를 듣고 갑의 횡포를 미연에 방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상대가 나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짓밟고 무시해버리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알고 있는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권하지 말라’는 말을 공자가 했다고 한다.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남의 입장이 되어 생각할 때 배려와 이해의 마음이 생겨나 점차 가정, 학교, 회사, 조직,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갑을문화가 사라질 것이다. 단, 사회구성원이 평준화된 이해와 배려의 마음을 가지기 이전에 을의 희생을 예방하는 제도개선이 앞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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