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차지할 일자리 장년이 뺏는다는 말 틀려”
“청년들이 차지할 일자리 장년이 뺏는다는 말 틀려”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6.07 11:19
  • 호수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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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고령화 포럼서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주장
▲ 축사를 하는 진 영 보건복지부 장관.

장년층과 청년층은 같은 일자리를 놓고 다투는 대체관계(zero-sum)가 아니라 서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보완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년을 1년 연장하면 6년 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약 1% 증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소장은 5월 31일 서울 명동 세종호텔에서 열린 제3차 인구·고령화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박 소장은 ‘활기찬 고령사회를 위한 일자리 정책: 영국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영국과 한국을 비교한 결과를 소개했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는 ‘고령화 시대의 건강 정책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했으며, 이후 김병섭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박 소장은 영국이 1970년부터 20년에 걸쳐 고령자의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시한 결과 ‘장년층이 청년층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가설이 틀리다는 사실을 도출해냈다고 말했다.
영국은 1970년대 오일쇼크 때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해 청년 실업률이 큰 이슈가 됐다. 청년실업 문제는 노인들에게 화살이 돌아왔다. “노인들이 일자리를 안 내놓으니까 젊은이의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고령층의 조기 은퇴 여론이 형성되고 정치적인 운동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에 영국 정부는 1977년 일자리 양보정책(JRS: Job Release Scheme)를 도입했다. 여자 59세, 남자는 65세 이상은 절대 일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었다.
1988년까지 12년간 이 정책을 실시했으나 ‘무의미한 노력을 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청년실업률은 개선되지 않았고 정책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청년층과 장년층의 실업률 추이는 항상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실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일본, 스페인 등 세계 다수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영국과 동일한 오류를 지적했다.
박 소장은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장년층이 주로 선택하는 일자리와 청년층이 선택하는 일자리가 서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2012년 노인인력개발원 보고서에 의하면, 청년층은 보건사회복지, 종교관련직, 교육, 경영·회계 관련 사무직 등에 주로 종사하고 국가기관, 공기업, 대기업을 선호한다. 반면 장년층은 농업, 축산숙련직, 운전·운송관리직, 경비, 단순노무직, 서비스직에 주로 종사하고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에 주로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로 경합하는 직종은 조리·음식서비스직, 매장 판매직 등으로 나타났다.
그는 서비스업종 특히 의료건강관리서비스, 사회복지서비스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영국에서 고령자나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상담서비스를 노인들에게 맡겼는데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은퇴자들이 30, 40대 상담원보다 고령의 상담원들에게 훨씬 말문을 잘 열더라는 것.
박 소장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공무원이나 민간기업 고위임원으로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이들은 퇴직 후 주로 컨설팅 회사에서 경험과 지식을 살려 신생기업들이나 외국기업들에 컨설팅 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년 연장과 GDP의 관련성에 대한 영국정부의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시뮬레이션 모형을 분석한 결과, 정년을 1년 연장하면 청년의 실업률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경제 성장에 도움(6년 후 실질 GDP가 1%가 증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소장은 “고용정책과 함께 노인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친고령자 인식 정책(Age positive)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삶의 모델(55세 은퇴, 75세 사망)이 현실과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90세 또는 95세 노인이 정정하게 사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75세 되면 죽는다’는 생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처음 개최된 인구·고령화 포럼은 지난 2월 ‘100세 시대에 대비한 노동 및 금융시장의 정책과제’를 주제로 2차 포럼을 개최하였으며, 이번이 3번째다.
진 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고령자에게 사회참여의 기회를 마련해 줌으로써 건강과 활기를 유지하게 하고 평생 축적한 경험을 전 세대와 함께 나눔으로써 자신과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에 존경받는 새로운 노인상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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