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은 경공술로 날아가도 벼는 천천히 크고 천천히 익는다. 늙은 농부에게는 벼 크는 소리가 들린다는데, 그러고 보면 농부야말로 눈먼 무사 따위에 비할 수 없는 강호의 협객이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68)씨의 생애 첫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출판사 난다)에 실린 ‘협객은 날아가고 벼는 익는다’의 한 구절이다.
저자는 1980~1990년대 썼던 글과 2000년대 초 국민일보, 지난 4년 간 한겨레신문에 실었던 칼럼 등 총 여든 편의 글을 묶어 신간을 발표했다.
1부와 3부에는 저자의 글을 나눠 수록하고, 2부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강운구·구본창씨의 사진 가운데 이 책을 이해하는데 좋은 사진을 골라 함께 실었다.
책의 제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듯이 저자는 밤에 일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은 곳에 있는 가능성은 우리가 다 아는 가능성이고 어둠 속에 있는 길이 우리 앞에 열린, 열릴 길입니다. 때로는 그 가능성 자체가 문학”이라고 말하며, 어둠을 예찬한 바 있다. 이번 산문집의 제목의 의미를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나는 내가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더듬어내어,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으로 그것을 가능하다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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