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억원의 설국열차, 167개국을 질주하다
450억원의 설국열차, 167개국을 질주하다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07.26 11:00
  • 호수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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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신작 개봉… 크리스 에반스 등 화려한 캐스팅 눈길
▲ 7월 22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설국열차’ 언론시사회에서 봉준호 감독, 배우 고아성·송강호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어벤져스’의 크리스 에반스, ‘해리포터’ 시리즈의 존 허트, ‘나니아 연대기’의 틸다 스윈튼 등 세계적인 영화배우들이 한 편의 영화를 찍기 위해 모였다. 헌데 그 영화는 헐리웃 영화가 아니다. 바로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의 영화로 한국의 대표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봉준호의 신작 ‘설국열차’다.
한국영화 사상 최대 규모인 제작비 450억원이 투입된 이번 작품은 개봉하기 전 이미 프랑스, 일본, 동남아시아, 동유럽 국가 등 총 167개국에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미 제작비의 절반은 회수된 셈이다. 이처럼 ‘설국열차’는 지금까지 한국영화 역사상 거의 모든 면에서 가장 크고, 글로벌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의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기상이변으로 꽁꽁 얼어붙은 지구, 여기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들은 영원히 멈추지 않는 기차에 탑승한 사람들. 최하위 계급의 사람들이 탑승한 꼬리칸부터 최상위 계급의 사람들이 타고 있는 머리칸까지 이어져있는 기차 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앞쪽칸의 사람들은 최상의 시설에서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만, 꼬리칸의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새카만 단백질 블록을 먹으며 생명을 영위해간다. 힘든 노동을 제공하는 것도, 부당한 착취를 당하는 것도 꼬리칸 사람들의 몫이다.
이 같은 불평등 속에서 기차가 17년을 달렸을 때, 꼬리칸의 젊은 리더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폭동을 일으킨다. 기차 맨 앞 칸에 타고 있는 최대 권력자인 월포드(에드 헤리스)를 끌어내리고 기차 안을 평등한 세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 영화는 기차에 탑승한 이래 줄곧 꼬리칸에 갇혀 있던 이들이 한 칸, 한 칸 머리칸을 향해 전진해나가며 벌어지는 일을 흥미진진하게 담는다.
영화의 매력은 크게 세 가지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세계적인 규모의 화려한 캐스팅이 첫 번째다.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만 볼 수 있던 배우들이 우리나라 감독의 영화에서, 그것도 송강호 등의 국내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은 국내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또, 모든 것이 얼어붙은 지구 위에서 유일하게 열을 내며 달리고 있는 열차라는 영화의 배경이 주는 매력이 크다. 열차는 칸마다 전혀 다른 세계로 꾸며져 있다. 숲을 대신하는 화원과 바다를 대신하는 수족관, 화려한 클럽 등 그야말로 세계의 압축판인 것. 머릿속에서나 그려봄직한 상상의 세계가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됐는지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끝으로 영화가 갖고 있는 깊고 풍성한 철학적 함의다. 언뜻 보기에 영화는 단지 계급투쟁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영화 속의 반전과 그 반전을 넘어서는 결말은 현재 유지되고 있는 사회를 다양한 시각으로 고찰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최근 헐리웃에 진출한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2013),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2013)가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 성적을 거둔 가운데, ‘설국열차’의 성공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영화는 8월 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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